체니 딸 독설광고에 체니 측근까지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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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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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용의자 무료변론 법무부는 지하드”

아무리 ‘같은 편’이라고 해도 이건 좀 심하다 싶었나 보다. 미국 전 부통령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 씨(44·사진)가 제작한 법무부 비난 광고에 체니 부통령 밑에서 일했던 고위관료들마저 발끈했다. 리즈 씨는 “오바마는 나약하고 변명만 늘어놓는다”며 버락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보수층의 ‘떠오르는 별’로 평가받고 있던 터라 공화당 측 인사들의 비판은 이례적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리즈 씨가 공동대표인 보수단체 ‘킵 아메리카 세이프(Keep America Safe)’는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내 수용소에 수감된 테러 용의자들을 과거에 무료로 변론해 주거나,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주장한 변호사들을 법무부가 직원으로 채용한 것을 비난하는 동영상 광고를 지난주 인터넷에 띄웠다. 광고는 법무부가 고용한 변호사 7명을 ‘알카에다 7인’이라고 지칭하면서 그들의 신원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또 법무부를 ‘지하드(성전·聖戰)부’라고 조롱하면서 “도대체 이들이 공유하는 가치는 무엇이냐”고 공격했다. 해당 변호인들은 애국심이 결여됐고 이들을 고용한 법무부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비난이었다.

광고가 퍼지면서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측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졌고 급기야 체니 전 부통령과 함께 일했던 전직 고위 관료 9명과 보수적 법조인 10명은 8일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 서명한 전직 관료는 존 벨린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법무수석, 찰스 스팀슨 국방부 차관보, 래리 톰슨 법무부 차관, 찰스 로젠버그 국무부장관 비서실장 등 쟁쟁한 인사들이라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전했다. 이들은 테러용의자의 관타나모 수용 정책을 입안하거나 실행했던 주역들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아무리 지탄받는 사람이라도 열성적으로 변호해주는 일은 독립 이전부터 있었던 미국의 오랜 전통”이라며 “영예롭게 맡은 일을 한 사람들의 애국심을 비방하는 부끄러운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스팀슨 전 차관보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광고를 처음 본 순간 역겨웠다(disgusted)”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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