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만에 무기 팔지마” 中 3억명 항의서명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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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대만을 상대로 UH-30 블랙호크 헬리콥터 등 무기판매 계획을 지난달 29일 발표하자 중국 반응은 과거와는 달랐다. 홍콩 원후이(文匯)보는 “미 정부 발표 17시간 만에 외교부와 국방부 등이 군사교류 중단 등 4개항의 대응 조치를 발표할 만큼 신속했다”고 전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물론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외사위원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그리고 국무원 대만판공실 등 관련 부서가 함께 나서 항의성명을 냈다.

더욱이 무기를 판매한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 방침도 밝혔다. 이번에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규모는 약 64억 달러지만 2001년 4월에는 4척의 구축함과 패트리엇-3 미사일 등 180억 달러로 월등히 높았으나 기업에 대한 제재는 없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의 인터넷판과 주요 포털인 서우후(搜狐), 텅쉰(騰迅) 등이 공동으로 시작한 항의 연대서명에는 이틀 만에 서명자가 3억 명을 넘어섰다. 민감한 정치적 사안은 엄격히 통제하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반기업 시위를 부채질하는 셈이다.

1999년 5월 코소보 전쟁 때 미국의 유고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으로 3명이 숨지고, 2001년 4월 하이난(海南) 도 상공에서 중국영공 주변을 정찰 중이던 미군 전투기와 중국군 전투기가 충돌해 중국 조종사 한 명이 실종됐을 때도 중국은 시위 자제를 호소하거나 금지한 것과도 대비된다.

미국은 이번에 판매를 승인한 무기는 2008년 10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결정된 것인 데다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잠수함과 F-16 전투기를 제외한 것 등을 감안하면 중국의 대응이 의외라는 반응이다. 중국은 당시 군사 접촉을 4개월 중단했지만 그 후 양국은 고위급 군사 교류를 재개하고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전략경제대화도 시작했다. 따라서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의 격렬한 항의에도 양국 관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달라진 반응에 대해 런민(人民)대 진찬룽(金燦榮) 교수는 “중국의 실력이 크게 높아져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난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린샤오광(林曉光) 국제전략연구중심 교수는 “특히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은 약해진 반면 중국은 크게 높아진 상황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는 ‘미국의 적대국에 무기를 팔자’거나 ‘미국 국채를 팔아버리자’ 등 격앙된 반응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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