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국가시대 이미 끝나… 오바마식 포용은 안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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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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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다른 강대국들과 새 세계질서 정립해야”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초 출범 직후 북한 이란 미얀마 등 이른바 ‘불량국가(rogue states)’와도 관계 개선을 모색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이란은 미국 등 서방이 지난해 말까지로 정한 핵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시한을 무시하고 있고, 북한은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한 채 미사일 시험발사 등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는 여전히 가택연금 상태에 있으며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미국을 제국주의 세력이라고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호(2월 8일자) 커버스토리에서 “오바마 식 포용정책은 실패했다”며 “불량국가라는 개념이 유효했던 시대가 이미 끝났음에도 이를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불량국가는 미국과 구소련이 지배하는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작은 독재국가를 뜻하는 개념. 특히 1991년 소련 붕괴 이후에는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국가를 지칭하는 용어로 굳어졌다.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이 급부상하고 브라질 인도 터키 등이 실질적인 지역 맹주로 힘을 발휘하면서 미국의 영향력은 약화됐다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기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국이 ‘잘못된’ 행동을 바꿀 것을 요구하며 불량국가를 압박하는 사이 다른 강대국들은 불량국가에 투자와 방위력 강화를 약속하며 틈을 파고들었다. 중국과 인도는 미얀마에서, 러시아는 이란에서, 브라질은 쿠바에서 각각 입지를 강화한 게 대표적인 사례.

불량국가들은 미국의 봉쇄에 맞서기 위해 후발 강대국들을 ‘외교적 바람막이’로 인식하고 있다. 이란은 러시아 중국 등과 관계를 강화해 제재를 피해가려 하고 있고 20여 년간 서방의 제재에 시달린 미얀마는 중국과 인도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핵 문제 해결 시한을 무시하는 이란을 겨냥해 에너지 금융을 포함한 좀 더 정교한 제재에 착수하려고 하나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강대국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 잡지는 “여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며 “미국은 이란을 핵문제에서만 접근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을 석유 및 가스 확보, 무역 확대 더 나아가 걸프 만에 전략적 발판을 마련하는 목표까지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는 “오바마 행정부가 유연한 외교를 펼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북한과 이란, 미얀마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강대국들과 함께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구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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