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잃어버린 10년’ 홍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4일 03시 00분


지난 10년간 순일자리 창출 ‘0’에
가계소득 사상 첫 감소 ‘최악경제’

21세기 첫 10년은 미국 가계(家計)에 ‘잃어버린 10년(a lost decade)’이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가 2일 보도했다. 지난 10년의 미국 경제가 미국 현대 역사상 최악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가 최근 지난 10년을 얻은 것도, 배운 것도 없는 ‘빅 제로(the Big Zero)의 시대’라고 정의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잃어버린 10년’의 근거는 먼저 일자리다. 이 신문에 따르면 1999년 12월 이래 지난해 11월까지 순 일자리 창출은 ‘0’을 기록했다. 이는 194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비해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매 10년씩은 20% 이상의 순 일자리 증가를 보였다.

또 2008년 미 중산층 가계 소득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했을 때 1999년보다도 낮았다. 지난 10년 가계의 중간소득(median incomes)은 집계가 시작된 1960년대 이후 최초로 줄어들었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가계의 순자산가치 역시 기록이 집계된 1950년대 이래 어떤 10년과 비교해도 낮았다. 경제정책연구소(EPI) 로런스 미셸 대표는 “시작보다 마지막에 가계 상황이 더 나빠진 최초의 10년”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지난 10년이 주식시장과 투자 거품의 피크였던 1990년대 직후였기 때문에 경제가 추락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주택투자 거품과 거대한 빚의 경제라는 냉혹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초반 수조 달러에 달하는 자본이 장래에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산업설비 및 다른 사업 투자 대신 지금은 텅 비어버린 주택 건설에 퍼부어졌다. 주택 거품은 가계부채를 늘렸고 가계부채는 다시 주택 거품을 키웠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자료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8년 초까지 총가계부채는 117%가 늘었다.

브루킹스연구소 캐런 다이넌 경제연구국장은 “이런 위험한 투자행태는 비단 소비자뿐만 아니라 규제당국과 금융기관, 은행 등 어디서나 보였다”고 말했다. 신문은 지난 10년은 경제가 빌린 돈에 과도하게 의존했을 때 발생하는 상황을 보여준 실험과도 같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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