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이 절묘해… 아무도 미워하지 않은 반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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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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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화 가우 의원 유일하게 당론 깨고 건보법안 찬성
통과 도왔다는 인상 안주려 가결숫자 넘은 직후 투표


12일 오후 미국 하원 의원회관인 레이번 빌딩 2113호. 7일 하원의 보건의료개혁법안 표결 당시 공화당 의원 177명 중 유일하게 당론을 어기고 찬성표를 던진 베트남계 초선 안 조지프 가우 의원(42·사진)의 사무실은 활기가 넘쳤다. 사무실의 전화는 거의 1분 단위로 울려댔고 보좌진들은 사무실을 방문한 사람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우 의원의 일정을 담당하는 셰이엔 스틸 씨는 “하원 표결 이후 용기 있는 행동에 경의를 표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히는 전화가 수없이 걸려온다”고 귀띔했다. 물론 그중에는 당론을 어긴 데 대해 반감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지지자 중에는 선거자금을 되돌려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후원의 밤 행사도 한두 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하튼 가우 의원은 이번 표결로 유명인이 된 것은 분명했다.

7일 밤 15분 동안 진행된 최종표결 당시 가우 의원은 총 435명의 의원 중 434번째로 투표에 참여했다. 시점은 민주당이 법안 가결을 알리는 ‘매직 넘버’인 218번째 찬성표를 확보한 직후였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민주당을 흐뭇하게 했지만 그렇다고 공화당 지도부와 동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지도 않은 절묘한 타이밍 이었다”며 “내 한 표가 민주당의 법안 통과를 결정지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9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민주당 윌리엄 제퍼슨 의원에게 49.6% 대 46.8%의 신승(辛勝)을 거둔 가우 의원은 1975년 미국에 건너온 ‘보트 피플’ 출신. 흑인 밀집 지역으로 민주당의 초강세 지역인 루이지애나 주 제2선거구에서 승리를 거두며 최초의 베트남계 연방하원의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공화당 지도부는 내년 선거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가우 의원이 이번에 당론을 거역한 게 고육지책이라고 이해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가우 의원은 이달 초 치러진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 주지사 선거에서 최근 미국 사회에서 약진하고 있는 베트남계 미국인들의 투표를 독려하고 헌신적으로 유세를 도와 공화당 승리에 크게 공헌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시아계 의원 중 떠오르는 샛별이 전국적인 스타로 떠올라 민주당 텃밭을 잠식할 수 있다면 공화당으로서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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