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환경분야 투자로 대박 ‘도덕성 논란’

  • 동아일보

기후변화 전도사? 녹색사업 재력가?

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지구촌의 재앙을 경고하며 전 세계적 대응을 강조해온 ‘기후변화 전도사’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사진)이 관련 사업에 투자해 상당한 부(富)를 쌓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다. 정부를 향해 “지구를 살리기 위해 적극 나서라”고 촉구해 놓고 막상 그의 주장에 맞춰 정책이 바뀌면 이를 통해 돈을 버는 그가 진정 ‘환경운동가’인지 아니면 ‘투자자’인지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3일 고어 전 부통령 개인 재산이 2001년 공직 퇴임 때에 비해 50배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후변화 이슈를 활용해 금전적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01년 공직에서 물러날 당시 120만 파운드(약 23억3000만 원) 정도였던 고어 전 부통령의 재산은 현재 6000만 파운드(약 1164억6000만 원) 규모로 증가했다. 이 신문은 고어 전 부통령이 탄소배출권시장, 태양열, 바이오연료, 전기자동차, 지속 가능한 수산물 채취, 물이 필요 없는 화장실 등 기후변화 관련 사업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전력소비 효율성을 높이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사업에 34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지난주 미국 에너지부의 발표 덕분에 고어 전 부통령은 앞으로 상당한 추가 이익을 챙길 것으로도 전망된다. 고어 전 대통령이 공동경영자로 참여한 벤처캐피털회사가 투자한 ‘실버 스프링 네트웍스’라는 전력 관련 벤처기업이 대표 수혜기업으로 떠올랐기 때문. 뉴욕타임스는 “고어 전 부통령만큼 지구 온난화 대응의 급박성을 강조한 사람도, 지구 온난화를 막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경됐을 때 돈을 벌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비판론자들은 향후 정부 지원이 예상되는 기후변화 관련 기업들에 미리 투자해 놓은 고어 전 부통령이 ‘세계 최초 탄소 억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이에 대해 고어 전 부통령은 “녹색경제로의 전환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투자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이어 “내가 탐욕 때문에 지난 30년간 기후변화 이슈에 매달렸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나라는 사람을 잘 모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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