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마쓰시타정경숙, 정권 바뀌며 ‘햇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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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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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들 각료-의원 대거 진출
자민당 정권 땐 끈 없어 찬밥


일본 가나가와 현 지가사키에 있는 마쓰시타정경숙 입교생들이 조회를 하는 모습. 이들은 매일 아침마다 마쓰시타정경숙의 창립 이념이 담긴 ‘5가지 맹세’를 합창한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일본 가나가와 현 지가사키에 있는 마쓰시타정경숙 입교생들이 조회를 하는 모습. 이들은 매일 아침마다 마쓰시타정경숙의 창립 이념이 담긴 ‘5가지 맹세’를 합창한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대형 국책사업인 얀바댐 공사를 중단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 방송·통신정책을 주도하는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총무상, 예산편성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성 부대신. 모두 하토야마 내각을 대표하는 핵심 관료들이다.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일본의 사설 정치지도자 양성학교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졸업생이라는 점이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마쓰시타정경숙이 일본 정권교체와 맞물려 인재의 요람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9일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현재 하토야마 내각에서 대신, 부대신, 정무관 등 이른바 정무 3역으로 활동하는 각료는 모두 8명에 이른다. 8·30 총선에서 당선된 중의원도 초선 의원 8명을 포함해 31명이나 된다.

마쓰시타정경숙은 마쓰시타전기산업(현 파나소닉)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회장이 “새로운 국가경영을 위한 지도자 육성이 필요하다”며 1979년 사재 70억 엔을 들여 설립했다.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설립 취지에 맞게 22∼35세의 대졸 및 사회 경험자를 뽑아 집중 조련한다. 이들은 3년 동안 가나가와(神奈川) 현에 있는 기숙사에서 단체생활을 하면서 창업자 연구, 고전 강좌, 검도, 다도, 서예 등을 매일 2시간 단위로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해야 한다. 1년에 한 번씩 24시간 100km 행군도 있다.

이들은 매월 25만 엔(입교 첫해는 20만 엔)의 연수비와 연 100만∼150만 엔의 활동자금을 받는다. 해마다 200명에 이르는 정치 지망생이 지원하지만 논문과 면접을 거쳐 한 해 뽑히는 연수생은 5∼10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마쓰시타정경숙은 이번 정권교체 전까지만 해도 국가 지도자를 배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자민당 장기 집권하에서는 일단 자민당 공천을 받아야 했는데 졸업생 대부분이 지연이나 혈연, 학연이 부족한 정치 지망생이어서 공천을 받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자민당 공천을 받아왔던 사람은 관료나 의원을 부모로 둔 배경이 든든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마쓰시타정경숙 출신 중의원 31명 중 민주당 의원이 26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 졸업생인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정경숙이 정치인이 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정치적 기반이 없는 보통 사람들이 자민당 공천 없이 정계에 진출하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마쓰시타정경숙 출신 의원들은 끈끈한 동료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들이 정치적으로 세력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이 신문은 내다봤다. 졸업자들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에서 진보에 이르기까지 워낙 다양해 정치적 구심점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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