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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0월 1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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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올 6월 하이얼, 하이신, 창훙, TCL 등 중국의 9개 액정표시장치(LCD) TV 업체 대표들은 대만을 방문해 22억 달러 규모의 LCD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이 대만에 구매시찰단을 파견한 것은 분단 6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작년 1분기(1∼3월) 중국 LCD 시장에서 한국과 대만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46.2%, 35%였지만, 올 1분기엔 29.7%, 56.5%로 완전히 역전됐다.
#장면2 올 8월 중국 최대의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은 대만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HTC와 스마트폰 공동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같은 달 중국 최대의 PC 제조업체 레노보는 대만의 주변기기 업체로부터 33억 달러에 달하는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서는 중국과 대만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잇는 5조 원 규모의 양안 통신사업 프로젝트가 공개되기도 했다.
○ 가속화되는 중국-대만 경제협력
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을 뜻하는 이른바 ‘차이완(China+Taiwan)’의 협력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만은 중국시장에서 한국과 맞붙는 최대의 수출 경쟁자로, 최근 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거래관세 인하를 포함한 각종 무역 장벽 낮추기 조치가 가시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11일 ‘차이완 효과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 보고서를 통해 “최근 친(親)중국 성향의 대만 국민당 정부가 중국과의 경협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적극적으로 손 내밀고 있다”며 “중국 역시 기술이익과 향후 정치 통합 등을 고려해 이에 호의적으로 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5월 대만 국민당 우보슝(吳伯雄) 주석과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회담을 갖고 올해 말까지 경제협력체제협정(ECFA)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유력하게 논의되는 양안 간 관세인하 프로그램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은 가격 경쟁과 시장 점유율에서 급격한 열세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 한국 기업에는 어떤 효과?
‘차이완’의 협공이 특히 위협적인 분야는 LCD, 화공, 전자전기 분야다. 한국과 대만 기업이 가장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는 세 분야가 양국의 대중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32%, 대만 30%(올 1∼7월 기준)로 절대적이다. 양국 모두에 ‘양보할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특히 LCD 분야에서 최근 중국은 대대적 투자를 통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LCD 패널을 생산하려고 라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차이완 효과를 통해 중국이 대만으로부터 이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받을 경우 국내 기업들에는 중국시장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대만 정부는 그간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 내 생산기지 건립을 엄격히 규제해 왔지만 최근에는 이를 점진적으로 허용하는 분위기다.
LG경제연구소 박래정 연구위원은 “한국의 대중 수출이 특정 품목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이완의 경협은 적잖은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양안 간 관세 인하, 기술 제휴, 자본 투자 등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발 빠르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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