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아프간 동행취재’ 사전검열 의혹

  • 입력 2009년 8월 28일 03시 00분


종군기자 보도성향 파악해 파견 결정때 활용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동행취재를 신청한 종군기자들의 최근 기사를 토대로 기자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언론자유 침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성조지는 26일 미군이 동행취재를 바라는 종군기자가 과거 미군과 관련한 기사를 어떤 관점에서 보도했는지 분석해 개인별 성향을 나누는가 하면, 기자 대응방식까지 마련했다고 전했다.

기자 성향파악 작업은 미 국방부와 아프간 주둔 미군에 대한 공보계약을 한 민간기업 렌던그룹이 맡고 있다. 렌던그룹은 해당 기자들의 최근 기사를 조사해 미군에 대한 성향을 ‘긍정적’ ‘중립적’ ‘부정적’으로 판정한다. 렌던그룹은 이 결과를 토대로 기자별 성향, 해당 기자의 취재에 대응하는 방식, 그리고 권고 사항 등을 군 상부에 보고해 왔다.

성조지는 자사 기자가 6월 아프간 주둔 미 1기갑사단 한 분대와의 동행취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데에도 이런 성향 파악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 기자는 군 지휘관들이 좋아할 만한 뉴스를 보도해 달라는 미군 공보국의 요청을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렌던그룹의 과거 행적도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명분이었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라는 허위정보 작성 배후에 이 회사가 있다는 것. 렌던그룹은 당시 거짓 정보를 미 정부에 주로 제공한 이라크 반정부조직 ‘이라크민족회의’ 창립을 뒤에서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미 종군기자연합의 론 마츠 회장은 “미군에 유리한 보도만 나오도록 검열하려는 왜곡된 언론관의 정형”이라며 비난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 공보장교인 엘리자베스 마티아스 대위는 “취재를 막겠다는 뜻이 아니라, 미군과 동행하는 기자가 누군지를 알고자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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