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공약 ‘空約’되나… 초조한 오바마

  • 입력 2009년 8월 5일 02시 56분


관타나모 수감자 처리계획 시한넘겨

의보개혁-이란 핵 협상도 지지부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일이면 취임 200일을 맞는다. 미 언론이나 야당의 태도를 보면 이미 ‘허니문’은 끝나가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여전히 후보 시절처럼 현장을 찾아 토론하고 설득하며 개혁 의제들을 밀고 나가고 있다.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 의욕과 달리 취임 초 설정했던 개혁 마감시한들은 하나둘 속절없이 지나가거나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방침을 밝히면서 취임 후 1년을 폐쇄 완료 마감시한으로 약속했다. 그리고 일단 6개월 내에 수감자 처리 및 심문 계획을 확정하겠다며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그러나 229명에 달하는 수감자 처리 계획 마련은 이미 지난달 21일로 시한이 지났다. 태스크포스팀은 수감자 처리 계획 제출 마감시한을 6개월, 심문 계획 마련을 2개월 연장했다. 그동안 관타나모 수용소 존재를 비난하던 상당수 외국 정부들은 ‘수용소를 없앨 테니 수감자를 이관받아 관리해 달라’는 오바마 정부의 요청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수감자를 교도소에 분산 수감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이 역시 ‘님비현상’으로 인한 반발이 크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의료보험 개혁도 일단 첫 마감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8월 휴가철 휴회 이전에 상하원이 각자 법안을 마련하고 휴회 이후 단일안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넘겨 달라”며 목표 시한을 정했다. 하지만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진작부터 “가을 이전에 표결은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현재로선 의료보험 개혁안이 가을 이전에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없는 상태다. 특히 민주당의 중도보수 성향 의원들 그룹인 ‘블루도그’가 반대하고 있어 다수당의 지위만으로 밀어붙이기도 어렵다.

이란과의 핵 문제 협상도 9월 유엔총회 개회 이전이 마감시한으로 설정돼 있다. 그때까지 협상에 돌파구가 없으면 미 의회는 서방국의 대(對)이란 가솔린 및 석유정제품 수출 중단 등 강력한 제재를 밀어붙일 태세다.

오바마 대통령은 마감시한을 설정하길 즐긴다. 취임 후 첫 각의에선 각 부처가 최대한 비용을 절감해서 3개월 내에 1억 달러를 절약하라고 지시했는데 그 마감이 지난달 중순에 지났다. 백악관은 지난달 30일에야 “90일 긴축 운동 결과 총 2억4300만 달러를 아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시한’에 쫓기는 방식의 개혁을 택하는 이유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워싱턴)에선 마감시한을 설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고 강조해 왔다. 시간을 질질 끌면 오랜 기간 얽혀 있는 반대세력의 저항과 로비로 개혁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일을 하려 해도 535명의 독립적 헌법 기관인 의원들을 움직여야 하는 미국 정치 시스템상 ‘마감시한 개혁’은 위험한 모험이라는 지적도 많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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