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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3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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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선 오래된 군용기 P38라이트닝이 하늘을 수놓았다.
P38라이트닝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공군이 사용한 군용기로, ‘어린 왕자’의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사진)가 실종되던 날 타고 나섰던 비행기다. 이날 비행은 생텍쥐페리의 실종 65주기를 추모하기 위한 기념 비행이었다.
생텍쥐페리는 1944년 7월 31일 마지막 정찰비행에 나선 뒤 사라졌다. 그의 흔적이 발견된 것은 1998년 9월 7일. 한 어부의 그물에 우연히 생텍쥐페리의 은팔찌가 걸려 올라온 것이다. 단서를 잡은 프랑스 고고학계는 바다 밑을 뒤져 정찰기 잔해를 찾아냈다. 마르세유 시는 65주기를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벌이고 있다. 31일에는 마르세유 앞바다의 선상에서 바다로 꽃을 띄워 보내며 추모식을 가졌고, 생텍쥐페리의 은팔찌와 비행기 잔해 등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8월 말까지 열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은 생텍쥐페리에 관한 기사를 일제히 쏟아냈다. 주간 누벨옵세르바퇴르는 최신호에서 “생텍쥐페리가 탄 비행기는 1944년 7월 31일 오전 8시 반에 마지막으로 레이더에 포착된 이후 사라졌다”면서 “그가 죽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적기에 격추당한 것인지, 사고로 추락한 것인지 여전히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2차대전에 참전했던 독일군 조종사 호르스트 리페르트는 지난해 ‘생텍쥐페리, 최후의 비밀’이란 책을 내고 자신이 생텍쥐페리의 비행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만약 그 사람인줄 알았다면 발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한편 주간 ‘렉스프레스’는 ‘어린왕자에 관한 10가지 미스터리’ 기사에서 생텍쥐페리와 소설 ‘어린왕자’에 얽힌 뒷이야기를 전했다. 1942년 미국 뉴욕의 편집자 외젠 레날의 권유에 의해 생텍쥐페리가 ‘어린왕자’를 썼다는 얘기, 레날이 1943년 영어판을 먼저 발행하고 프랑스어판은 1946년 출간됨에 따라 생텍쥐페리는 막상 프랑스어판을 보지 못했다는 얘기 등.
이 잡지는 영화감독 오슨 웰스가 1943년 ‘어린왕자’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써서 월트 디즈니를 찾아간 애기도 소개했다. 웰스는 영화로 만들 계획을 밝혔으나 디즈니의 반응은 싸늘했다. 더 나아가 디즈니는 미팅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그는 측근에게 “이곳에 두 명의 천재가 있을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고 잡지는 전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