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저지州 ‘유대교 비리커넥션’ 발칵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랍비 5명 범죄조직과 결탁 장기밀매-돈세탁

시장 등 뇌물받고 인허가 비리… 44명 체포

미국 뉴저지 주에서 시장 등 고위 공직자와 유대교 율법학자(랍비) 등 44명이 거액의 뇌물을 주고받았다가 무더기로 체포됐다. 이들이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난 뇌물은 현재까지 65만 달러(약 8억1150만 원) 수준으로 한국의 뇌물 사건에 비해 적게 보이지만 미국에서는 사상 최악의 부패 사건으로 규정되면서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미국연방수사국(FBI)은 주차장 식당 보일러실 욕실 등 주로 감시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아 챙긴 뉴저지 주 공직자 29명을 부패 혐의로, 랍비 5명을 포함한 15명은 돈세탁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23일 긴급 체포했다고 CNN방송이 24일 보도했다. FBI에 따르면 랍비들은 가짜 핸드백 제조와 인간 장기 밀거래, 돈세탁을 하는 범죄조직에 속해 있었으며, 공직자들은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건축 인·허가와 관련해 부동산 개발업자에게서 뇌물을 받았다.

체포된 공직자 중에는 뉴저지 주의 소도시 호보컨, 리치필드, 세코커스 등 3개 시의 시장과 저지 시의 부시장, 주 의회 의원 2명이 포함됐다.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되지 않은 주 장관 1명은 수사요원들이 자택을 압수수색한 직후 자진 사퇴를 발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수사는 당초 뉴욕의 브루클린 및 뉴저지의 딜과 이스라엘 간에 비밀리에 진행된 돈세탁 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조직은 뉴욕과 뉴저지에서 활동하는 랍비들이 운영하는 유대교 자선단체를 통해 수천만 달러의 불법자금을 세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랍비는 신장과 같은 장기를 밀거래하고 가짜 핸드백을 만들어 유통시켰으며, 금융사기에도 연루됐다고 FBI는 밝혔다. 지난달 당선된 피터 카마라노 호보컨 시장(32)은 부동산 개발업자의 개발계획을 시 의회에서 빨리 처리되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2만5000달러를 받았고, 뉴저지 주 의회의 환경위원회에 속한 반 펠트 의원은 개발업자의 환경 관련 허가를 보증하는 조건으로 1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FBI에서 공직자 부패 수사를 담당하는 에드 카러 씨는 “이번에 드러난 부패 사건은 미국 전역에서 최악의 수준”이라며 “부패는 뉴저지 주의 핵심 가치를 파괴하는 암적 존재”라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장기 밀거래와 가짜 핸드백 제조에 국한해 시작된 수사가 점차 광범위한 공직자 비리 수사로 번지자 비리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인 뉴저지 주조차도 깜짝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