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아프간 수렁’에 빠지나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탈레반 소탕작전 지지부진… 인명피해만 늘어

파병국 반전여론 확산… 미국인 53% “반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렁’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은 탈레반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탈레반의 저항이 예상외로 완강한 데다 최근 연합군의 사망자 수가 늘면서 주요 파병국에서 반전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은 아프간에 전력을 집중해 다음 달 20일 대통령선거가 순조롭게 치러지도록 하고, 아프간 자체 군경을 강화해 치안을 맡긴 뒤 가능한 한 빨리 철군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14일 “우리(아프간 파병국가)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2일부터 탈레반의 본거지인 아프간 남부 헬만드 주에 4000명 규모의 해병대를 파견해 탈레반 소탕 작전을 펼치고 있다. 또 헬만드 주둔 영국군 3000명도 미군과 공조하고 있다.

하지만 작전이 시작된 지 20여 일이 지나도록 ‘탈레반에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연합군 사망자 수가 크게 늘고 있고, 탈레반의 완강한 저항에 연합군이 작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사상자 통계 사이트인 아이캐주얼티(icasualties.org)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 현재 아프간에 파병된 연합군 65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6월과 8월에 각각 기록한 월별 최대 사망자 기록(46명)을 훌쩍 넘어섰다. 미군이 37명, 영국군이 19명 각각 숨져 두 국가의 인명 피해가 가장 컸다.

탈레반의 가장 효과적인 저항 수단은 사제 폭발물을 이용한 공격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 신문은 “울퉁불퉁하고 바위가 많은 아프간의 지형 때문에 미군의 폭발물 감지 장비가 길가에 묻혀 있는 사제 폭발물을 탐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주요 파병국에서 국민 여론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AP통신과 여론조사기관 GFK가 이달 16∼20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프간전쟁 찬성이 44%, 반대가 53%인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은 “민주당 의원들도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전략이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초 아프간에서 탈레반에 납치된 보 버그달 이병이 19일 공개된 동영상에서 미군의 철군을 호소한 것도 여론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정부가 헬리콥터 등을 충분히 보내지 않아 사망자가 늘어났다”는 야당의 질책에 고든 브라운 총리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아프간에 2500여 명을 파병한 캐나다에서도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 23일 발표된 퓨리서치의 설문조사 결과 ‘아프간에서 철군하는 것에 찬성하느냐’에 대해 영국(찬성 48%, 반대 46%)과 캐나다(찬성 50%, 반대 43%)에서는 찬성 의견이 많았다. 또 프랑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추가 파병 요청을 거절했고, 대테러전쟁에서 미국의 주요 파트너인 파키스탄마저도 연합군의 아프간 공세 강화에 반대하고 나서 오바마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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