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jour 프랑스]한국과 프랑스는 같은 미래를 꿈꾼다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임기 4년 마치고 18일 귀국하는 필리프 티에보 프랑스대사

《“한국은 최근 40년간 경제발전과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면서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켜 온 나라입니다. 프랑스와 유럽도 한국의 발전전략을 연구하고 배워야 할 때입니다.”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18일 프랑스로 귀임하는 필리프 티에보 주한 프랑스 대사(54). 서울 서대문구 합동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만난 그에게 한국인을 위한 마지막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그는 한사코 손을 내저으며 “오히려 프랑스인과 유럽인이 한국인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티에보 대사는 인터뷰에서 “재임 기간 중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논의하면서 한층 가까워진 점을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4년간의 한국 생활에 대한 소감은…

“저는 학생 시절이었던 1978년 서울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엔 통행금지가 있었고, 작은 가옥들이 밀집해 있었습니다. 2000년에 다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은 완전히 다른 곳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한국은 세계 15대 경제대국이자 정치적 민주주의를 이룩한 나라입니다. 한국과 프랑스는 미래지향적인 첨단기술을 발전시키면서도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프랑스 외교관계 성과는…

“2006년 한―프랑스 수교 120주년을 맞아 마련한 프랑스 관련 전시회, 공연, 행사에 약 150만 명의 한국인이 참석했습니다. 또 한국의 첨단기술과 전통문화를 프랑스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국과 EU가 협력을 통해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관계 발전을 이룬 것도 성과입니다. 한국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고, 주요 20개국(G20) 회의와 주요 8개국(G8) 확대회의에 참여하는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ce)의 주요국가가 됐습니다.”

―한국과 EU 간의 FTA 협상 타결 전망은…

“한-EU FTA 협상은 2007년 6월 시작된 지 2년이 지나 최종단계에 와 있습니다. 이대통령이 이번에 유럽을 순방할 때 타결 소식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한-EU FTA가 체결되면 한국으로서는 미국보다 큰 인구 5억 명의 소비시장이 열리는 것입니다. 한국과 같은 수출전략을 갖고 있는 국가로서는 한-EU FTA 체결이 보호주의를 배격하고 무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프랑스 기업의 대한 투자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셨는데요.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프랑스 기업 간 협력 현황은…

“현재 한국에 진출한 프랑스 기업이 약 200개입니다. 한국에서의 프랑스 기업의 매출액도 연간 100억 달러를 상회합니다. 그만큼 프랑스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높이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세계적인 유제품 기업인 ‘다농’도 올해 10월에 한국에 공장을 준공할 예정입니다. 양국의 합작기업이 한국 시장뿐 아니라 제3의 수출시장에 함께 진출하고 있습니다. 르노삼성도 한국에서 만든 자동차를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고,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유로콥터의 합작회사도 한국뿐 아니라 제3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녹색성장’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녹색성장 분야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한국과 프랑스는 모두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이 없는 국가로서 에너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습니다. 녹색성장 전략은 양국 간의 공통된 미래전략입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각료회의 의장으로서 한승수 총리가 프랑스를 방문해 프랑수아 피용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도 녹색성장이 주요 의제였습니다. 프랑스는 에너지 절약과 대도시 에너지 정책 분야에서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청계천 서울숲 한강르네상스 등을 추진해 온 서울과 ‘그랑파리 프로젝트’를 발표한 파리 모두 녹색성장을 지향하는 만큼 도시 에너지 정책, 바이오 기술 분야에서 많은 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부단한 개혁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갈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개혁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사르코지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어렵고 고통스럽겠지만 나라 발전을 위한 구조개혁은 반드시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선거 당시 국민의 지지를 받은 이유가 개혁이기 때문에 중단 없는 개혁을 추진해 왔습니다. 물론 반대와 저항도 있었지만 그 어느 것도 개혁을 위한 대통령의 의지를 멈추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프랑스는 최근 20년간 보수-진보당이 각각 대통령과 내각을 장악해 서로 견제하는 ‘동거정부(cohabitation)’를 운영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동거정부는 국가 발전을 위한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데 효율적이지 않다는 공감대가 국민 사이에 형성됐습니다.”

티에보 대사는 “우리 부부는 한국영화에 대한 열혈 팬이고 아이들은 한국의 비디오 게임을 열광적으로 좋아한다”며 “재임 기간 중 임권택, 이창동 감독에게 프랑스 최고 훈장을 수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빔밥과 삼계탕은 우리 부부가 가장 좋아하던 음식으로 프랑스에 가면 그리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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