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독일인 피살 선교활동 마찰탓”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獨슈피겔 “무슬림 범행인듯”
AFP “실종 6명 아직 생존”

12일 예멘에서 발생한 외국인 납치살해사건은 기독교 선교 활동에 대한 반감에서 출발한 이슬람교도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이 잡지는 독일 외교부 위기대응팀의 정보를 인용해 “몇 달 전 예멘 사다에서 독일인의 선교 활동을 둘러싸고 현지 이슬람교도와 갈등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독일 외교부에 따르면 독일인 요하네스 씨는 사다의 찻집에서 한 무슬림과 토론하다가 “성경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이후 무슬림 단체가 그에게 “개종 행위를 그만두라”고 권고했지만 요하네스 씨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요하네스 씨는 독일에 있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그(무슬림)가 믿음을 갖고 예수를 주님으로 받아들이길 기도한다”고 썼다.

이 잡지는 또 “요하네스 씨 등 독일인들은 사다 지역에서 (단순한 의료진이 아닌) 선교사로 알려졌고 실제로 ‘개종을 주된 사명으로 하는’ 독일 선교단체의 지원으로 선교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숨진 독일인 여성 간호사 리타 씨와 아니타 씨의 소지품에서도 선교 팸플릿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납치 전후의 구체적인 정황도 알려졌다. 독일 연방수사국(BKA)에 따르면 요하네스 씨 부부 등 외국인 9명은 12일 오후 4시경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사다를 떠났다. 이웃 도시에 사는 지인의 집을 방문해 차를 마시고 오후 6시경 출발했다. 돌아오는 길에 검은색 스즈키 비타라 SUV에 탄 무장 남성들에게 납치됐다. 오후 6시 45분경 독일인 여성 간호사가 휴대전화로 사다의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상태가 좋지 않아 동료가 전화를 끊어버렸다. 잠시 후 납치범들은 9명 중 여성 3명을 강가에서 머리에 총을 쏴 살해했다. 피살자 가운데는 한국인 엄영선 씨(34·여)도 포함됐다.

행방이 묘연한 6명(독일인 5명, 영국인 1명)은 아직 생존해 있다고 21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 6명은 사우디아라비아 국경 인근 산악지대인 루즈마트의 한 시아파 그룹에 억류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사건이 쿠바 관타나모 미군 기지에 수감됐다 풀려난 테러리스트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다고 폭스뉴스 인터넷판이 21일 보도했다. 여성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것은 예멘 테러리스트 사이드 알리 알시리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것.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알시리는 2007년 11월 석방된 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교육을 받고 예멘 알카에다 지부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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