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5월 26일 02시 5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FT “달러 약세 우려속 손실 막기위해 매입 악순환”
‘손실은 계속 커질 텐데 그렇다고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중국이 달러화 약세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여전히 막대한 양의 미국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5일 중국 정부의 이런 투자 현황을 소개하며 “중국이 ‘달러의 함정(dollar trap)’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원자바오 총리를 비롯한 중국의 고위 관리들은 그동안 거액의 자금을 시중에 푸는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현 정책이 달러 가치의 붕괴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더구나 달러 가치는 최근 미국이 최고 국가신용등급(AAA)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올해 유로 대비 최저치로 추락했다. 미 국채 가격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중국은 3월에만 237억 달러어치의 미 국채를 사들였다. 이로써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현재 보유한 미 국채는 7680억 달러에 이른다. 비중으로 따져도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 국채의 25%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중국은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 국채 매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달러 함정’의 논리다. 2조 달러에 이르는 중국의 외환보유액 구성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총액의 70%는 달러 자산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심화되자 미국의 장기채권 대신 단기채권을 사들이고 금 보유액을 늘리는 식으로 외환관리 전략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런 다변화 시도에도 달러 중심의 기본 정책을 바꾸지는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