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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2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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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가 제작되는 곳은? 정답은 미국의 할리우드나 인도의 볼리우드도 아닌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놀리우드(Nollywood·나이지리아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2일 유네스코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2006년 나이지리아에서 900편의 영화가 제작돼 할리우드보다 두 배나 많은 편수가 제작됐다고 보도했다. 나이지리아의 영화산업은 연간 4억5000만 달러 규모다. 석유가 수출의 90%를 차지하는 나이지리아는 ‘놀리우드’를 새로운 국가 브랜드로 내세우는 전략을 짜고 있다.
나이지리아에는 극장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는 ‘놀리우드’ 영화는 대부분 1만5000∼2만5000달러의 제작비로 몇 주 만에 만든다. 길거리나 호텔에서 촬영하고 편집해서, 노점상에서 비디오나 DVD로 파는 식이다. 투자자는 가족 친척이나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매달 40여 편이 제작되는 영화들은 위성방송과 TV 채널을 통해 아프리카 전역으로 전파된다. 그중 흥행작은 아프리카 식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슈퍼마켓 조직망을 통해 유럽, 미국의 흑인 이민자들에게도 수출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놀리우드는 1980년대 나이지리아 독재정치의 종말과 더불어 탄생했다. 가난한 나이지리아 국민들은 영화에 열광했다. 가장 인기 있는 놀리우드 영화는 ‘도미틸라’ ‘리빙 인 본디지’ 등과 같은 불륜 뇌물 신비주의가 섞인 멜로드라마다. 나이지리아 시골청년이 런던에 가서 좌충우돌하는 ‘런던의 우수오피아’는 DVD가 50만 장이 팔린 최고 흥행작이다.
나이지리아 놀리우드의 성공에 영향을 받아 최근 케냐 에티오피아 르완다도 영화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5월 22∼25일 뉴욕 필름 페스티벌에서는 나이지리아 케냐 세네갈 카메룬 등 아프리카 출신 젊은 감독들의 영화가 대거 초청됐다.
그러나 놀리우드도 위기를 맞고 있다. DVD 해적판 때문이다. 에메카 음바 나이지리아 국립영화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영화수익의 70%가 해적판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DVD 복사를 방지하는 영화배급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