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파병 신중히 접근… 한미 정상회담과 연계 말아야”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만약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요청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동의한다면 그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입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의 비난을 받으며 (미국산) 쇠고기 협상 파동의 재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사진)은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파병은 신중하고 치밀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에서 20년간 일한 한반도 전문가로 미 국무부가 후원하는 정책설명회인 ‘스피커 프로그램’으로 방한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내에선 파병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한국군 병력의 아프간 파견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은밀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과는 직접적으로 연계시키지 말아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아시아 동맹국의 더 큰 기여를 촉구해 왔다. 하지만 강압적인 방식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위협하는 등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할 생각이 없고 추가적인 유인책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주 좋은 정책이다. 동시에 대화의 문도 열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의 룰을 지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대한 우려가 많다.

“과거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몇 달의 시간을 두고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뭔가 보상을 받아냈다. 그러나 각종 도발이 이어지는 지금은 그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북한이 현 단계에선 협상보다는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갖는 데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일련의 도발행위는 워싱턴의 분위기를 점점 비관적이고 회의적으로 만들고 있다. 북한의 태도는 과거처럼 포커 판에서 판돈을 서서히 올리는 게 아니라 다걸기(올인)를 한 뒤 잭폿을 노리는 것 같다. 건강에 이상이 생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빨리 뭔가를 얻어내려 하거나 후계구도 문제를 고려해 이뤄지는 행보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거부하고 있는데….

“미국 내 일부 포용정책 옹호자들은 북한의 거부를 이유로 더 고위급 인사를 골라야 한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보즈워스 대표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고위급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동의하는 인물을 고른다고 해봐야 북한이 던질 메시지는 똑같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북한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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