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日정치권 ‘뜨거운 감자’

  • 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의원세습 제한… 정치헌금 금지… 집단 자위권 행사

일본 정치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회에서 심의 중인 대규모 경기부양 법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국회해산과 총선 정국으로 돌입하기 때문이다. 늦어도 중의원 임기가 끝나는 9월까지는 총선을 치러야 한다.

이번 총선은 과거와 달리 자민당과 민주당의 우열을 가늠할 수 없는 혼전 정국이어서 양당의 움직임은 더욱 뜨겁다. 현재 드러나는 쟁점은 크게 3가지. 의원세습과 기업헌금, 집단자위권 문제다. 모두 정치권과 여론에 민감한 사안으로 어느 하나만이라도 현행 틀을 바꾼다면 일본 정치사회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일본정치의 특징인 세습의원 문제는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 자민당의 중의원 의원 304명 중 36%인 108명이 할아버지나 아버지에게서 선거구를 물려받은 세습의원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아베 신조(安倍晋三),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아소 다로(麻生太郞) 등 최근 4명의 총리가 모두 세습의원이다. 민주당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를 비롯한 16명이 세습의원이다.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등에 업고 의원세습을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 제도화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먼저 치고나온 쪽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같은 선거구에서 3촌 이내 친족이 잇따라 출마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차기 중의원 선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자민당은 아직 당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선거대책부위원장은 의원세습에 매우 비판적인 무당파 층을 끌어안지 않고서는 정권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세습제한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소장파 의원들도 동조하고 있다.

이에 4대째 세습의원인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 총무상은 “직업선택의 자유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정치헌금과 관련해 민주당은 5년 내에 기업과 단체의 정치자금 제공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정치개혁안을 최근 확정했다. 민주당은 자민당이 이를 반대하면 총선공약으로 내걸 방침이다. 기업헌금 의존도가 높고 규모도 훨씬 큰 자민당을 압박해 정치개혁 명분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자민당은 여론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기업헌금을 폐지하면 또 다른 불법자금의 유혹이 터져 나올 것이라며 전면폐지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기업헌금에 의존해온 당 체질을 한꺼번에 바꿀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자민당은 정치자금 문제가 쟁점이 되면 오자와 대표를 집중 공략할 태세지만 여론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집단자위권 문제는 자위대의 무력행위를 금지한 헌법 9조의 개정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다. 총선을 앞두고 자민당에서는 보수층 결집 차원에서 강경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최근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및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강경론을 이끌고 있다. 핵무장론, 선제공격론 등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은 정리된 입장이 없는 가운데 일부 의원이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는 한국 중국 등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문제여서 논의 여하에 따라 국제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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