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고문’ 어디까지 보고됐나…부시시절 고위직들 책임공방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조지 W 부시 행정부 초기 테러 용의자에 대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가혹신문 기법 지침을 담은 메모 공개가 정파 간 논쟁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끼리의 책임공방으로 이어지면서 파문이 확산일로에 있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고문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혹신문 기법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상하원의 관련 상임위원회는 청문회 등 공개 조사를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AP통신은 고문 논란에 대한 내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전직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가혹신문 기법이 승인된 2002년 5월 당시 조지 테닛 당시 CIA 국장은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에게 문제의 신문기법이 필수적이며 안전하다고 브리핑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당국자는 “테닛 국장과 CIA 간부들이 가혹한 신문기법의 잠재적인 법률·정치적 위험성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부시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및 법률팀을 옹호했다.

하지만 테러 용의자에 대한 신문기법 논의 과정에 정통한 전직 정보당국자는 “CIA가 가혹한 신문이 미국의 법률과 정책에 부합하는지 법적 검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CIA가 어떤 제안을 했건 결국 최종적인 책임은 정부의 고위 정책 입안자와 법률 전문가들에게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포터 고스 전 CIA 국장은 2002년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였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가혹 신문기법과의 연관성 부정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물고문 논란을 빚은 워터보딩(water boarding) 등 CIA의 신문기법이 실제로 테러 용의자에게 사용될지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다는 해명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상원 정보위원회는 이미 법무부가 승인한 가혹한 신문기법 및 구금방법 등에 관한 비공개 조사에 들어갔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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