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시위대 가스통 쌓고 극한 대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14일 03시 02분



시내 곳곳 버스로 바리케이드… 군경 접근 막아
도심 열차운행 중단… ‘송끄란 축제’ 시위로 얼룩


13일 시작된 태국의 최대 명절 ‘송끄란’은 군의 강경진압과 반정부 시위대의 격렬한 저항으로 얼룩졌다. 현지 영문일간 네이션은 “암흑의 송끄란”이라고 표현했다.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교육부 청사가 불탔고, 일부 시위대는 군이 접근하면 가스통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하는 등 양측의 대립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극한 대치 계속=총성과 최루탄, 화염병이 난무한 방콕 시내에서 명절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날 오후 5시경 시위대가 방콕 시내 중심부의 교육부 청사에 화염병을 던지면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교육부의 한 경비원은 “시위대들이 먼저 보도블록을 깨서 청사로 던진 뒤 화염병을 투척했다”고 말했다.
또 방콕의 유엔 건물 앞에서 시위대가 버스 7대에 불을 붙인 것이 목격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이 이끄는 반정부 시위대 수천 명은 총리 관저 주변을 근거지로 삼아 시내 주요도로에 30여 대의 버스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군경의 접근을 막았다.
군의 강제진압으로 이날 첫 충돌을 빚었던 딘댕 교차로에서는 오후에 대치양상이 재개됐다. 시위대 수백 명은 천연가스 8t을 실은 대형 트럭과 액화석유가스(LPG)통을 방패삼아 군과 대치하고 있다. 또 일부 시위대들은 랑남 거리의 ‘킹파워 면세점’ 본사 마당에 LPG 차량을 끌고 들어가 폭파하겠다고 위협했다. 시위로 방콕 시내로 진입하는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앞서 이날 오전 4시 군이 딘댕 교차로에서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진압하자 시위대는 진압군을 향해 돌을 던지고 버스 2대에 불을 질러 군을 향해 돌진하는 등 격렬히 저항했다. 진압군이 소총 수백 발을 공중에 발사하고, 물대포를 쏘는 등 강경 진압작전을 펼치자 충돌 1시간여 만에 시위대는 흩어져 주변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이날 부상자 94명 가운데 군인 4명과 시민 2명은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도 악화…여권과 왕실은 무기력=혁명 전야를 연상케 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제 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13일 달러 대비 밧화 가치는 전날보다 0.8% 하락한 달러당 35.68밧으로 최근 10개월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국을 책임지는 여권이 무기력한 상태에 빠짐에 따라 혼돈은 더 깊어지고 있다. 친탁신-반탁신 사이에서 매년 정권이 오갈 정도로 혼란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각 정치 세력은 저마다 승리를 자신하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하지만 1992년 군부쿠데타를 무산시키는 등 위기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던 왕실의 권위도 실추돼 탈출구 없는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송끄란:
산스크리트어로 ‘움직인다’는 뜻. 우리의 음력설과 비슷하다. 나이를 불문하고 물총과 호스를 동원해 서로 물을 뿌리며 축제를 즐긴다. 종교축제를 비롯해 미인선발대회도 열어 매년 300만 명 이상의 외국관광객이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태국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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