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구제금융 받아 ‘빚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9일 02시 57분



美-유럽 금융기관 20곳에 500억달러 새나가

“지원 용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美의회 발끈


미국 정부가 AIG에 제공한 구제금융 가운데 상당액이 손실 보전 명목으로 미국과 유럽의 대형 금융기관에 흘러들어 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7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구제금융 1730억 달러 중 500억 달러가 미국과 유럽의 20여 개 대형 금융기관에 지급됐다.

미 정부는 AIG가 무너질 경우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왔다. 하지만 AIG가 이 자금의 상당액을 거래 회사의 손실을 보전하는 데 사용하는 등 ‘빚잔치’를 벌임으로써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신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도이체은행이 지난해 9∼12월에 각각 60억 달러를 받았다.

또 모건스탠리,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HSBC, 메릴린치, 소시에테제네랄, 바클레이스, 라보은행, 단스케은행, 산탄데르은행, 와코비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도 AIG로부터 자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IG의 손실은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 등에서 주로 발생했다. CDS는 신용자산의 가치가 떨어졌을 때 손실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전해주는 신용파생상품이다. CDS를 구입한 금융회사들이 보유자산 가치가 하락하자 AIG로부터 약속한 대로 손실을 보전받은 것.

한편 미 금융당국도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함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은 5일 상원에서 AIG 구제자금의 용도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그럴 경우 AIG가 비즈니스를 계속하는 데 타격이 있다”며 거부했다. 이에 따라 위증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AIG의 구제금융 전용 사실이 드러나자 미 의회가 발끈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민주당)은 “투명성과 회계 쪽의 애매함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상원 금융위의 공화당 중진인 리처드 셸비 의원도 “FRB와 재무부가 공개를 거부하고 있지만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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