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홀로코스트 홍역’

  • 입력 2009년 2월 6일 02시 58분


‘대학살’ 부인 주교 복권 비난 잇따라

서둘러 발언 철회 명령… 최대위기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부인한 영국인 성직자를 복권시킨 결정으로 로마 교황청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자신의 결정으로 전 세계 유대인 사회를 들끓게 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즉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리처드 윌리엄슨(사진) 주교에 대한 복권 결정이 내려진 지난달 24일 이후 전 세계에서 반발이 이어지자 교황청이 윌리엄슨 주교에게 홀로코스트 관련 발언을 철회할 것을 명령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 보도했다.

교황청은 4일 성명을 통해 “윌리엄슨 주교는 ‘독일 나치의 집단수용소에 가스실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을 분명하면서도 공개적으로 철회해야 한다”며 “철회하지 않으면 앞으로 주교로서 활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황청은 이어 복권 결정에 대한 교황의 책임문제에 대해서도 “결정이 내려질 당시 교황은 이 같은 사정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고국인 독일에서도 국민들이 거세가 반발하는 등 국제적으로 비난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교황에게 분명한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홀로코스트 부인 자체가 범죄에 해당한다.

뉴욕타임스는 5일 “교황청이 서둘러 성명을 발표한 것은 독일 국민이 가장 거세게 반발하는 등 교황과 교황청에 집중되는 비난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성명을 발표할 때 실수로 교황의 서명을 빠뜨릴 정도로 교황청은 현재 위기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윌리엄슨 주교는 20년 전 교황의 승인 없이 주교직에 취임했다는 이유로 파면됐다가 최근 복권된 4명의 주교 중 한 명으로 복권 결정 직전인 지난달 22일 스웨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치 집단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은 유대인은 600만 명이 아니라 30만 명에 불과하며 가스실에서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교황청 성명에 대해 이스라엘과 유대인 단체들은 환영 의견을 밝혔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홀로코스트 부인 발언을 훈계한 것은 올바른 길로 가는 첫 단계”라면서 “앞으로 더 분명한 결정과 의견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