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끝 대비, 투자 줄이지 말라”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2시 58분


日기업, 잇단 감원-감산속

연구개발-설비투자는 계속

“당장의 어려움에 매몰되지 말라. 훗날 불황이 끝날 때를 대비하라.”

경제위기로 각국 기업이 앞 다퉈 투자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일본 기업은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샤프는 최근 노후화된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을 일부 폐쇄했지만 100억 달러를 들여 짓고 있는 차세대 LCD패널 공장에 대한 투자는 유지하고 있다. 2010년 공장이 완공되면 연 1300만 대의 평판 LCD TV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샤프의 스가노 노부유키 상무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며 “다른 기업들이 투자를 줄인다면 우리는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산요전기도 태양전지, 충전지 등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키노 구미코 대변인은 “매출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며 “(투자를) 중단하면 경쟁사에 조만간 따라잡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많은 일본 기업은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10일 소니가 1만6000명 감원 계획을 밝혔고, 도요타자동차도 감산에 나서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하지만 무차별 비용 삭감에 나서는 미국 유럽 등 경쟁 국가에 비해 일본은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에서 높은 투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의 16%를 생산 및 설비 재투자에 쓰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11%에 비해 높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일본 기업들이 투자를 크게 줄이지 않는 이유는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의 교훈 때문. 당시 기업들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공장 건설을 유보하고 연구개발비를 축소했다. 위기는 극복했지만 결국 한국과 대만의 후발업체들에 추격을 허용했다.

로버트 펠드먼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설비와 연구개발에 투자해 기술우위를 지키는 것에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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