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장애는 두려움… 경제위기 딛고 서길”

  • 입력 2008년 11월 26일 03시 02분


포기? 다시 일어나라!

두팔-두다리 없는 부이치츠 홍콩 강연 ‘감동’

“금융위기로 낙담하고 있는 사람들은 저를 보십시오.”

23일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아시아월드 엑스포’ 박람회장.

관중 2만여 명이 실내를 가득 메웠다. 두 팔과 다리가 모두 없는 한 20대 남성이 연단의 조그만 책상 위에서 몸을 세우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인공은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날 때부터 두 팔과 다리가 없는 장애인인 25세의 닉 부이치츠 씨.

홍콩의 한 종교단체는 금융위기로 회사 도산, 감원, 주가 폭락 등 실의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포기? 다시 일어나라!’라는 행사를 마련했다.

부이치츠 씨는 자신도 부동산 투자회사가 있고 평소에는 주식 투자를 해 이번 금융위기로 금전적인 손실을 보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여러분을 이해한다’는 말로 위로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저 자신이 어떻게 난관을 직면하고 헤쳐 왔는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부이치츠 씨는 특히 “여덟 살이 되었을 때 일도, 결혼도 못 할 뿐만 아니라 결혼한다 해도 아내 손도 잡아보지 못한다고 생각하고는 내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부모님 의사선생님 누가 잘못한 것인지 수없이 물었다”고 소리쳤다.

이어 그는 “나의 미래는 어찌 되는 거냐”고 낙담하던 대목에서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졌다. 많은 사람이 숨을 죽이고 있을 때 그는 머리로 몸을 지탱하며 마치 오뚝이처럼 혼자 다시 몸을 곧추세웠다.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부이치츠 씨는 이어 “가장 큰 장애는 두려움인 것을 알았다”며 “그 후 웃는 것을 배우고 남을 웃기는 것도 배우고 수영도 배우고 내 몸을 즐기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홍콩 밍(明)보는 24일 “2시간 반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은 감동으로 가득 찼고 참석자들은 눈물을 글썽였다”고 전했다.

부이치츠 씨는 약간 남은 두 다리를 이용해 글씨를 써가며 21세에 대학을 졸업했다. 17세에는 ‘사지(四肢) 없는 삶(Life Without Limbs)’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조직해 강연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24개국 200여만 명에게 강연을 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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