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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20일 0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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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누리꾼은 심지어 아예 “꺼져라”라고 욕을 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국적을 떠나 중국에서 영화를 찍고 국민과 함께하면 관계없다”고 했지만 상당수는 “중국에서 나고 자라 스타를 만들어 주었더니 과실은 외국에서 따 먹는다”고 주장했다.
영화 ‘색, 계(色, 戒)’로 일약 스타가 된 여배우 탕웨이(湯唯)도 올해 홍콩으로 국적을 바꾸는 등 이른바 ‘스타 이민’이 이어지면서 중국인들의 자존심이 상처를 입은 듯하다.
스타와 대중, 나아가 개인과 사회는 마치 물과 물고기처럼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를 좀 넓혀보면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와 국제사회 공동체도 비슷하다.
중국이 지난 개혁 개방 30년 동안 이룬 많은 성과는 세계 경제에 편입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달 말 현재 1조9000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해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매년 20% 이상씩 증가하는 무역수지 흑자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어느 국가는 무역적자를 통해 중국의 외환을 쌓는 데 기여한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후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를 대표로 많은 서방 국가 지도자들이 중국에 대해 “중국이 성장하는 데 바탕이 된 국제사회에 화재가 났으니 진화에 적극 나서 달라”는 주문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지도부는 “책임 있는 국가로서 할 일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먼저 중국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세계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나아가 15일 주요 20개국(G20) 워싱턴 회의를 전후해서는 국제 금융질서 개편에 개도국의 처지가 반영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윽고 최근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국부펀드인 국가투자공사(CIC)의 한 고위간부가 “선진국들은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 ‘겸손하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를 맞아 중국이 이처럼 직접적으로 속내를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중국이 추가로 자금 지원을 하면 더 중요한 역할을 요구할 것이며, 금융위기에 중국에 돈을 내라고 하면서 투표권을 주지 않으면 누군들 같이 활동하려고 하겠느냐”고 강조했다.
중국은 올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등 국제사회에 굴기(굴起·떨쳐 일어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중국이 이처럼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은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환영할 일이다.
다만 중국이 이제 경제 강국을 넘어 중국 지도자들의 표현처럼 ‘책임 있는 국가’가 되어 주기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기대가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책임 있는 국가는 남을 감화시킬 수 있는 보편성 있는 덕목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겸손하게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라”는 말은 일이 이뤄지기도 전에 상대방에게 ‘가진 자의 오만’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만약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위상이 더욱 높아지면 ‘(권력을) 쥔 자의 오만’이 드러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중국에 “아직은 지도국 지위를 맡기기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만약 궁리가 “내가 유명해 몸값이 높아졌으니 국적을 유지시키려면 공손하게 부탁하라”고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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