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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3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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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규모 키워 2020년까지 농민수입 2배로”
부패연루 위유쥔 당조서기 중앙위원직 박탈
1949년 사회주의 중국이 건국된 이래 처음으로 농민의 자유로운 토지경작권 양도와 매매가 허용될 예정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2일 중국 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 전회)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농촌 개혁발전 추진을 위한 약간의 중대 문제에 관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결정(이하 결정)’이라는 문건을 심의해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한편 3중 전회는 부패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는 위유쥔(于幼軍) 전 문화부 당조(黨組)서기를 중앙위원에서 축출하고 제1순위 후보위원인 왕신셴(王新憲)을 중앙위원으로 결정했다.
○농촌 전문가 이례적 초청
9일부터 나흘간 열린 17기 3중 전회엔 중앙위원 202명과 후보위원 166명 등 총 368명이 참석했다. 위유쥔 등 중앙위원 2명과 후보위원 1명은 불참했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농업 농촌 농민 문제 전문가들이 3중 전회에 대거 초청됐다는 것. 또 제17차 당 대회 대표 가운데 농업에 종사하는 기층대표도 함께 초청됐다.
중국 공산당이 이들을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 열석(列席)시킨 것은 당 지도부가 농촌 개혁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열석이란 발언권과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는 참석자로 통상적으로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위원에게 주어진다.
○“농촌에서도 먹고살 만하게”
중국 공산당은 이날 ‘결정’ 내용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4828자에 이르는 공보(公報)를 통해 회의 내용을 전했다. ‘결정’ 전문은 이달 말 공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의 골자는 농민의 경작권 양도와 매매를 허용해 농업의 대규모화를 꾀하는 동시에 농민의 수입을 높여 농촌의 구매력을 향상시킴으로써 내수를 진작해 수출과 투자 증가율의 감소에 따른 성장률 저하를 막고 나아가 농촌에도 전면적인 샤오캉(小康·그런대로 먹고살 만한 수준) 사회를 실현하자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은 이를 위해 가정 단위의 현행 승포제(承包制)를 손질하고 농업 금융체계를 새로 수립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국 농촌사회에 대대적인 개혁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는 지난달 30일 안후이(安徽) 성 펑양(風陽) 현 샤오강(小崗) 촌을 순시하는 자리에서 농민들에게 토지경작권 양도와 매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농 통합 발전 추진
회의에서는 개혁개방 30년을 결산한 뒤 앞으로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을 더욱 가속화하고 도시와 농촌의 통합 발전을 강력 추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회의는 이를 통해 2020년까지 △도시-농촌의 일체화를 건립하고 △농업생산력을 향상해 식량 안전을 확보하며 △농민 수입을 올해(약 4500위안·650달러 예상)의 2배로 늘려 절대빈곤을 기본적으로 없애고 △농민의 민주권리를 확실히 보장하며 △도시와 농촌의 공공서비스를 균등화해 농촌의 교육 문화 의료의 질을 높이고 △자원절약형, 환경보호형 농업생산을 위한 체계를 갖추는 것 등 6대 목표를 세웠다.
이 회의는 6대 목표 달성을 위해 △13억 인구의 먹는 문제를 가장 중요시하고 △농민의 권익을 확실히 보장하며 △농업생산력을 높이고 △농촌-도시 통합 발전을 반드시 견지하며 △농촌 문제를 당의 우선 해결 순위에 계속 두기로 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은 또 급격한 경기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와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조절하되 성장률 유지와 물가 억제라는 당초의 ‘일보일공(一保一控)’ 기조는 고수하기로 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 “농촌개혁 책임자에 리커창 부총리” ▼
홍콩의 밍(明)보는 “12일 중국 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농촌 개혁발전 추진을 위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결정’ 추진 책임자로 리 부총리가 임명될 예정”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리 부총리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농업대성(大省)’으로 불리는 허난(河南) 성의 성장과 당 서기로 재직해 농업 문제를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농촌개혁의 적임자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리 부총리가 후이량위(回良玉) 농업담당 부총리 및 쑨정차이(孫政才) 농업부장과 협력해 구체적 업무를 처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농촌개혁의 최고책임자 인선이 커다란 정치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의 임기가 4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10년 넘게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인 농촌개혁의 최고책임자에 리 부총리를 임명하기로 한 것은 업무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감안할 때 사실상 그를 차기 총리로 내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반면 관심을 모았던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일부 홍콩 언론의 예상과 달리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출되지 않았다.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 및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의 자리를 물려받기 위한 중요 디딤돌인 중앙군사위 부주석 자리가 3중 전회에서도 결정되지 않음에 따라 시 부주석과 리 부총리의 최고 권력을 향한 상호 경쟁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