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한국 논문 4편 표절 의혹”

  • 입력 2008년 10월 11일 02시 56분


검색 프로그램으로 의학관련 183편 가려내

한국인 과학자들의 논문 4편을 포함한 수백 편의 국내외 연구 논문이 대거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는 9일자 최근호에서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표절검색 프로그램으로 의학 관련 논문을 조사한 결과 183편이 표절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데자뷰’라는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논문에 쓰인 문장의 유사성 등을 검사해 표절 가능성을 가리는 소프트웨어다. 프로그램을 개발한 해럴드 가너 텍사스대 교수는 “표절 의혹을 받은 논문들의 문장은 평균적으로 85%가 비슷했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2000년 한국생물과학회지에 실린 모 대학 K 전 교수의 논문을 대표적인 표절 사례로 지적했다. K 전 교수는 프랑스 과학자 에리크 르 부르 씨가 1999년 ‘실험노인학’지에 발표한 ‘미세중력과 초중력이 노화와 장수에 미치는 영향 리뷰’라는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K 전 교수는 “당시 열린 한 노화 관련 심포지엄에서 급하게 부탁해 리뷰 형식의 논문을 쓰면서 다른 자료를 인용했다는 사실을 엄격히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된 논문에 부르 씨의 논문 인용사실을 일부 밝히긴 했지만 몇몇 단락에서 인용 표시 없이 표현을 끌어쓴 것은 내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한국 과학자의 논문 3편이 표절 리스트에 포함됐다.

모 대학의 다른 K 교수가 2004년과 2006년에 쓴 두 편의 논문은 1999년 ‘유럽면역학저널’ 및 ‘면역학’에 게재된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한약재의 약효 실험에 대한 논문에서 외국 연구자의 실험방법을 이용했으나 이를 밝히지 못했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2001년 국내 의학 전문지에 발표한 논문이 일본 연구진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은 모 대학 P 교수는 “해당 논문은 특정 환자의 증상을 보고한 것으로 형식이 비슷해 오해를 받았을지 몰라도 결코 표절일 수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김승환(연구윤리위원장) 포스텍 연구처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과학자들이 표절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연구의 기본을 지키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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