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하원으로”… 민주 표심이 변수

  • 입력 2008년 10월 3일 02시 58분


1일 구제금융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한 뒤 상원 지도자들이 위싱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회 의장,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주드 그레그 공화당 상원의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EPA=워싱턴 연합뉴스
1일 구제금융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한 뒤 상원 지도자들이 위싱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회 의장,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주드 그레그 공화당 상원의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EPA=워싱턴 연합뉴스
■ 美상원 구제금융안 가결

공화 입맛에 맞는 1500억달러 감세안 포함

민주 “재정적자 확대 우려” 이탈표 가능성

美정가 “구제금융 대신 구조금융 용어쓰자”

구제금융법안 수정안이 1일 미국 상원을 통과하면서 민주 공화 양당 지도부는 법안의 하원 통과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구제금융법안을 부결했던 하원의원들은 1일 상원이 압도적인 표차로 법안을 가결함에 따라 3일 표결에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또다시 법안을 부결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경우 그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의회 지도부는 일단 상당수 하원의원이 수정된 법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다음 표결에서는 법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예금보호한도 상향 조정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회계기준 완화는 하원 공화당 의원들의 승리”라며 수정안에 큰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다.

수정안에 포함된 1500억 달러 규모의 세금감면조항도 전통적으로 감세를 선호하는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29일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던 공화당 하원의원들 가운데 수정안에는 찬성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의원이 늘고 있다.

수정안을 만들면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주안점을 뒀던 상원 지도부의 목적은 상당 부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원의 표결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세금감면조항이 추가되면서 이제는 거꾸로 기존 법안에 찬성했던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이탈표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건전성을 중요시하는 민주당 의원모임(블루독스) 소속 의원 가운데에는 대규모 세금감면 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다른 세금을 인상하거나 연방정부 지출을 줄여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조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세금감면 조치에 찬성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일부 민주당 의원은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확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래서 민주당 지도부는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 조항이 있지만 ‘큰 그림’을 봐야 한다”며 이들 의원을 설득하고 있다.

한편 워싱턴 정가에선 구제금융법안 부결 이후 ‘구제(bailout)’ 대신 ‘구조(rescue)’라는 말을 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구제’라는 말은 납세자 부담으로 월가의 부자들을 살린다는 의미로 들리는 데 비해 ‘구조’는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 언론에도 ‘구조’라는 표현이 부쩍 늘고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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