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균 테러는 ‘여자 때문에?’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8월 6일 02시 59분



FBI “자살한 용의자, 여대생 사교클럽에 적개심”

2001년 9·11테러 직후 발생한 탄저균 테러가 대학 여학생 클럽에 대한 병적 집착에서 빚어진 범행일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들은 4일 AP통신 등 미 주요 언론들에 “유력 용의자로서 지난달 29일 자살한 브루스 이빈스(62) 씨의 범행 동기엔 그가 여대생 기숙사 사교 클럽(sorority)에 대해 적개심을 품어온 것이 깊이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메릴랜드 주 소재 미 육군 생물학전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이빈스 씨는 최근 FBI로부터 기소방침을 통보받은 뒤 자살했다.

복수의 수사당국자들은 이빈스 씨의 e메일과 각종 문서, 사건 당시 행적을 토대로 “이빈스 씨는 신시내티대 재학 시절 여학생 기숙사에서 한 여학생에게 퇴짜를 맞았으며 그 뒤 수십 년간 여학생 클럽에 대해 병적 집착을 품어왔다”고 말했다.

FBI에 따르면 이빈스 씨는 당시 근무처를 떠나 뉴저지에 있는 프린스턴대를 찾아가 여학생 친목클럽인 ‘카파 카파 감마’ 사무실 부근 메일함에 탄저균이 든 봉투 4개를 넣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이빈스 씨의 친구들과 동료들은 그가 ‘헌신적이고 가정적인 모범 가장’이었다며 그가 자살한 것은 수사당국으로부터 받은 모욕과 우울증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빈스 씨를 6개월간 상담한 심리치료사는 “그는 여성에게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면 보복 살해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려고도 했으며, 정신과 의사들로부터 ‘반사회적이며 살인의 경향을 띠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법원에 접근금지신청을 내 지난달 24일 받아들여졌다.

이빈스 씨는 18년간 육군연구소에서 탄저균 백신 개발에 참여했으며, 2003년 국방부가 민간인 직원에게 주는 최고 훈장을 받기도 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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