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 ‘美-中 세계 최대 대사관’

  • 입력 2008년 8월 2일 02시 56분


부시 올림픽개막 직전 中개관식 참석

中은 지난달 오픈… 도청대비 특급 작전

중국 속 ‘미국 요새’와 미국 속 ‘죽(竹)의 장막’.

해외 주재 대사관은 각국이 외교라는 형식을 빌려 수행하는 첩보전의 최전방 초소이기도 하다. 건물에는 최고 수준의 감청 및 도청 방지 시설이 들어간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각각 상대국 수도에 최첨단 대사관 건물을 신축했다. 양국 모두 자국의 해외 대사관 중 최대 규모다.

양국은 각각 새 대사관 건축에 3∼4년의 기간과 2억∼5억 달러의 거액을 들였다. 상대의 정보를 캐내고 상대에게 정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최대한 공들여 지은 것이다.

베이징(北京) 시 차오양(朝陽) 구 량마허(亮馬河)의 주중 미국대사관은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8일 오전 개관한다. 주중 한국대사관과는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바로 옆에 자리 잡았다. 개관식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대사관은 연면적 5만6460m²로 역대 미국대사관 가운데 가장 많은 4억34000만 달러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건설 자재는 도청 방지를 위해 중국산 사용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 대사관 측은 홈페이지에 “중국산과 미국산 모두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2004년 2월 착공에 들어간 이 대사관은 8층 높이의 본청 등 모두 5개 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보안을 위해 내부가 모두 연결돼 있다.

설계 회사는 뉴욕 세계무역센터 터에 들어설 프리덤타워와 시카고의 시어스타워 등을 설계한 미국의 ‘스키드모어, 오윙스 앤드 메릴(SOM)’이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은 “신축 미국대사관은 도청 방지를 위해 사무실 벽면에 유리창이 없는 게 특징”이라며 “대사관 건물 자체가 미중 양국의 치열한 정보전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중국도 지난달 29일 워싱턴에서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과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신축 주미 중국대사관 개관식을 열었다.

2억5000만 달러의 공사비가 투입된 주미 중국대사관은 1만760m² 터에 연면적 4만 m²로 미국에 있는 외국 대사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중국계 미국인 건축설계사 I M 페이가 설계했다. 중국대사관 측은 미국 측이 건물 내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할 것을 우려해 건설인부 수백 명을 모두 중국에서 직접 데려오고 자재 역시 미국산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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