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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26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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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생중계속 ‘세계 리더’ 눈도장
‘오바마, 세계 시민으로서 연설.’(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오바마, 쟁점엔 모호했지만 군중은 환호했다.’(미국 뉴욕타임스)
유럽 순방을 시작한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연설을 듣기 위해 24일 20만 명 이상이 독일 베를린 중심부의 공원인 티어가르텐에 몰려들었다.
전승기념탑(지게스조일레) 주변의 티어가르텐을 가득 메운 청중은 “미국은 혼자만으로 해나갈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정중히 요청한 오바마 후보에게 커다란 환호를 보냈다.
그가 “고문을 거부하고 법의 지배를 위해 싸워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하자 청중은 성조기를 흔들며 갈채를 보냈다. 대다수 유럽인은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서 일어난 미국의 인권 침해가 제네바 협약을 위반하는 수준까지 나갔다고 여기고 있다.
미 연방 상원의원에 단 한 번 당선됐을 뿐인 오바마 후보는 미국 방송에 생중계되고 유럽 각국에 주요 뉴스로 보도된 이 연설을 통해 ‘세계 리더’로서 확실히 자리 잡았다는 것이 세계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다.
에카르트 폰 크레덴 독일 기민당 외교대변인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서 “흠잡을 데 없이 연출된 선거유세”라고 평했다. 당초 원했던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의 연설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지만 외국에서의 연설을 통해 외교 비전문가라는 약점을 극복한다는 전략은 완벽히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바마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예상과 달리 구체적인 외교정책을 밝히지 않아 유럽 정치인들에게 확신을 심어주지는 못했다고 뉴욕타임스는 평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전에 더 많은 군대를 보내고 더 많은 군비를 지불하도록 요청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부정적인 오바마 후보의 경제관에도 많은 유럽인이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후보는 25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데 이어 26일엔 영국 런던을 방문한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