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오바마-힐러리 엮지마라”

“둘다 안티 유권자 많아 최악 조합”

단점 보완할 부통령 고르라 조언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지미 카터(사진) 전 미국 대통령이 “두 사람의 조합은 최악의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오바마 후보를 지지하는 카터 전 대통령은 4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후보가 힐러리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다면 두 사람의 부정적인 측면만 합쳐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의 50%가 힐러리 의원에게 부정적”이라며 “여기에다 오바마 후보가 흑인이고 경험이 부족한 데다 미들네임(후세인)이 아랍 분위기를 풍기는 점 때문에 그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를 합치면 최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오바마 후보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며 상원 군사위원장을 지낸 샘 넌 전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추천했다.

힐러리 의원 측은 부통령 후보 제안을 은근히 기다리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힐러리 의원은 7일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다고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 자리에서 그는 패배를 인정하고 오바마 후보의 승리를 위해 어떤 일도 하겠다는 다짐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오바마 후보는 확실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오바마 후보는 4일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 정기총회에서 힐러리 의원과 잠시 만난 뒤 “우리는 조만간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나는 민주당이 단결해 11월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고 믿는다”고만 말했다.

또 그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힐러리 의원을 다른 부통령 후보들보다 특별하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특별하다”면서도 “부통령 후보 선택은 신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후보 측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 씨 등 3명으로 부통령 후보 추천팀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선거참모인 데이비드 플러프 씨는 뉴욕타임스에 “오바마 후보는 힐러리 의원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해 빨리 부통령 후보를 지명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오바마 후보는 4일 밤까지 총 2175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후보 확정에 필요한 2118명보다 57명이 많은 대의원의 지지를 얻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