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죽음… 통곡의 중국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9분


“잔해 더미속 살아있던 아들 결국 죽어서 나와”
본보 하종대 특파원 中 지진 참사 현장을 가다
오래된 건물 대부분 붕괴… ‘죽음의 도시’로
도로 끊겨 구조 지연… 사망 1만2000명 넘어
한국인 피해 없는 듯… 국제사회 지원 쇄도


“잔해 더미 속에서 어제까지 분명히 살아 있던 중학교 3학년 아들이 결국은 죽어서 나왔어요.”

리히터 규모 7.9의 강진이 휩쓸고 간 중국 쓰촨(四川) 성 두장옌(都江堰) 시 쥐위안(聚源) 진의 중학교 붕괴 현장에서 40대 여성 쉬(許)모 씨는 13일 아들의 시신을 보며 오열을 터뜨렸다.

900여 명의 학생이 매몰된 이 학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 2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밤 대형 기중기 2대를 동원해 잔해를 걷어내는 등 구조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생존자가 구조되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줄지어 발굴되는 시신들은 교내에 마련된 대형 천막 아래 임시로 안치됐다가 부모들의 통곡 속에 하나둘씩 병원 영안실로 옮겨졌다.

쥐위안 도심 지역은 ‘죽음의 도시’를 연상케 했다. 12일부터 비가 계속 오는 가운데 전기마저 끊겨 손전등을 든 몇몇 주민들만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오래된 건물들은 일부 또는 전체가 무너진 상태였고, 몇몇 새 건물만 온전한 모습이었다.

두장옌에서 이번 대지진의 진앙인 원촨(汶川)으로 가는 길은 공안이 차량 통행을 막고 있어 원촨으로는 접근할 수 없었다.

공안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입구에서 천막을 치고 하룻밤을 지새웠다는 한 여성은 “원촨에 일가친척이 있어 소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진 발생 이후 원촨에서 나온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다.

아바짱쭈창쭈(阿패藏族羌族)자치주 허뱌오(何飇) 부비서장도 이날 원촨 주민 6만여 명은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쓰촨 성의 성도인 청두(成都)는 황량한 모습이었다. 하루 종일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학교와 회사는 모두 문을 닫았다. 공무원들도 최소한의 필수요원만 출근했다.

청두에서 만난 40세의 사료 생산업자 자오(趙)모 씨는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원촨에 사는데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너무 걱정이 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민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여진(餘震)의 공포였다. 청두에서는 이날 오후 3시 10분경에도 리히터 규모 6.1의 강한 여진이 발생했다.

구조 작업이 진행되면서 이번 지진의 피해자 규모는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쓰촨 성 리청윈(李成云) 부성장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쓰촨 성에서만 1만2000명을 넘었으며 부상자 2만6206명, 매몰자 9404명, 가옥 붕괴나 파손 346만 채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7000여 명이 숨진 베이촨(北川) 현이 속한 몐양(綿陽) 시에서만 739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베이촨 현의 한 중학교엔 교실이 무너지는 바람에 1000명가량이 갇혀 있으나 도로가 끊겨 구조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아바자치주 마오(茂) 현에서는 13일 버스가 산사태로 매몰돼 관광객 37명이 사망했다.

중국은 5만 명 이상의 인민해방군 병력을 투입해 구조와 복구에 나섰다.

청두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따르면 쓰촨 성 등지를 여행하던 한국인들이 있었지만 아직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차원에서 피해지역 구호와 복구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도 위로를 표시했다.

한편 미 지질조사국(USGS)은 전날 리히터 규모 7.8이라고 발표했던 이번 지진의 세기를 13일 7.9로 높여 수정했다.

두장옌=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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