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달라이 라마 만날 듯…신화통신 “조만간 협상 시작”

  • 입력 2008년 4월 26일 02시 58분


중국 정부가 가까운 시일 내에 티베트 망명 정부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사진) 측과 대화를 가질 것이라고 관영 신화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이 보도는 이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회담 직후 나왔다.

중국과 티베트 망명정부 간의 대화는 지난달 14일 티베트의 중심도시 라싸(拉薩)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유혈 시위가 발생한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 통신은 담당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번 대화는 달라이 라마 측에서 수차례 협상 회복을 요청해 성사됐다”며 “현재 협상 준비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그동안 달라이 라마가 ‘조국 분열 행동’과 올림픽 방해를 먼저 중지해야만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해 왔다.

달라이 라마의 대변인인 톈진 타클라 씨는 이날 중국 측의 대화 제의를 환영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중국과 티베트 망명 정부는 2002년 이후 6차례에 걸쳐 비밀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 정부의 티베트 독립 시위 무력 진압을 비판해온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 정부와 달라이 라마 측의 대화 재개에 대해 “중요한 진전”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 정부의 대화 제의를 환영한다”며 “이는 중요한 진전이며 대화 재개는 진정한 희망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번 성명에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불참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다음 달 16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24일 응한 방송 인터뷰에서 “개막식 불참 여부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차원에서 합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 하반기에 EU 순회 의장직을 맡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티베트에서 일어난 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 티베트 사태로 충격을 받았다”며 중국 정부와 달라이 라마의 대화 재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특사를 파견한 상황에서도 티베트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크리스티앙 퐁슬레 프랑스 상원 의장에게 최근 파리에서 발생한 올림픽 성화 봉송 저지 사태에 유감을 표시했다. 후 주석은 “이는 중국인들의 감정을 해치는 것”이라며 관계 회복을 촉구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한편 티베트 유혈 사태 이후 중단됐던 티베트 관광이 재개됐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의 중국 관광객 15명이 24일 오후 10시경 칭하이(靑海) 성 시닝(西寧)에서 기차를 타고 라싸에 도착했으며 26일 관광을 마치고 돌아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통신은 티베트 관광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5일부터 34명의 중국 관광객이 세 팀으로 나눠 추가로 티베트를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외국인 관광을 언제 재개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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