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공산당 ‘황당 프로젝트’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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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거울로 북극 전력난 해소… 팔뚝만한 옥수수로 식량난 해결”

‘북극의 밤을 거울로 밝히고 시베리아 강 물줄기를 바꾼다.’ 정보가 통제됐던 사회주의 시절 구 소련에선 이런 그럴듯한 계획으로 국민을 현혹했다.

소련 공산당이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추진했던 대형 프로젝트는 서방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했다. 우주 기술과 핵 기술로 무장한 소련이 이 같은 대형 사업을 사회주의 방식으로 밀어붙이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런 황당한 선전이 거짓말이나 비현실적인 것으로 들통 나는 건 결국 시간문제였다. 러시아 주간지 아르구멘티이팍티는 10일 소련과 러시아가 추진했던 ‘황당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소련이 1980년대 말 내놓았던 ‘북극 우주 거울 프로젝트’는 캄캄한 북극 도시를 우주에서 거울로 태양빛을 반사해 비춰 전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

지름 200m짜리 대형 거울 24개를 인공위성에 설치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것으로 추운 겨울을 어둠과 싸우는 북극 주변의 주민들에겐 희소식이었다. 이는 당시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을 교란시킬 카드로도 훌륭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1993년 거울을 설치할 인공위성 실험이 실패한 뒤 무산됐다.

니키타 흐루쇼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추진한 옥수수 종자 개량 사업도 터무니없는 프로젝트로 꼽혔다. 흐루쇼프는 1960년대 중반 팔 길이만 한 옥수수를 들고 나와 “개량 옥수수가 전 세계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외쳤다. 종자 개량을 통해 옥수수 알갱이를 계속 늘리면 다른 곡식을 재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옥수수의 크기는 크게 늘어나지 않아 5년이 지난 1970년대 초 소련은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에서 최대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이오시프 스탈린 통치 당시 나왔던 시베리아 강 물줄기 바꾸기 프로젝트는 경제성을 따지지 않은 무모한 계획. 동서로 흐르는 시베리아 남부 오비 강 지류를 남쪽으로 틀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사막지대로 보내려는 것으로 막대한 공사비를 조달할 길이 없어 1986년 중단됐다. 당시 추산한 공사비는 400억 달러에 이르렀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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