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 한국계 교육감, 개혁 칼 빼들었다.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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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시교육청 직원 즉시 해고할 권한 달라”

미국 수도 워싱턴의 교육수장으로 발탁돼 화제가 됐던 한국계 미셸 리(38) 교육감이 철밥통으로 불리던 교직원 조직에 대한 수술에 나섰다.

그는 시교육청 소속 일반직원 754명을 ‘즉시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는 교육개혁법 개정안을 지난달 시의회에 제출했다. 대부분 비(非)노조원인 직원들을 ‘업무능력 부족’을 이유로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워싱턴은 고교생 자퇴율이 50%를 넘어섰고 11개 주요 대도시 가운데 최저학력을 기록하고 있어 교육현실의 대수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리 교육감은 “직원 가운데 30%는 교체되어야 한다”며 2일에는 법안처리를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서 학부모들은 교육행정 마비 사례를 제시하며 법안을 지지했다. 로즈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학교 주변에 밤길이 어두워 깨진 전구를 바꿔 달라고 전화를 걸었지만 4일 만에 통화한 담당자는 ‘1, 2개월 기다려야 한다’고 답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교사노조단체 관계자들은 공청회에서 “한 사람에게 너무 권한이 집중된다. 지금도 90일 심의를 거치면 해고가 가능한데 왜 ‘즉시 해고’ 조항이 필요한가”라고 맞섰다.

워싱턴의 150여 개 초중고교 공립학교 교사들은 4개 노조에 분산 가입돼 있다.

이번 입법이 비노조원의 해고 관련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교사 노조가 긴장하는 이유는 리 교육감이 “다음 목표는 무능한 교사를 걸러내고 좋은 교사에겐 보상을 늘리는 일”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리 교육감의 개혁 드라이브가 주목받으면서 C-SPAN 방송은 9월 1시간 동안 그를 인터뷰했다.

그는 “정치인들이란 조용조용히 넘어가는 걸 좋아하는데, 그렇게는 못한다. 나 때문에 골치 아픈 일이 자주 생길 테니 생각을 바꾸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개혁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리 교육감은 또 자신을 발탁한 에이드리언 펜티(37) 워싱턴 시장에게서 “제발 (개혁을) 시끌시끌하게 해 달라. 내가 바라는 것이다”라는 요청을 듣고 교육감 자리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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