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제조-유통업체 은행업 진출 러시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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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초대형 유통업체인 이온그룹은 지난주 산하 종합 슈퍼체인인 자스코의 도쿄(東京) 시나가와시사이드 매장 1층 등에 이온은행 점포를 열었다.

자스코 매장과의 사이에 벽이 없고 카운터 대신 원탁을 중심으로 꾸며진 실내공간은 기존 은행 객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이온은행은 서비스 내용에서도 기존 은행과의 차별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대부분의 일본 은행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영업을 하는 데 비해 이온은행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또 기존 은행들은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 문을 닫지만 이온은행은 연중무휴다.

쇼핑을 하러 온 고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은행에 들러 대출상담을 받거나 신탁상품을 구매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이온은행은 산하 쇼핑센터에 들르는 고객이 주말에는 1000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3년 안에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온은행은 점포 수도 현재 2곳에서 3년 뒤 90곳, 5년 뒤 130곳으로 급속히 늘려갈 계획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종합슈퍼 이토요카도 등을 거느린 세계 5위의 유통그룹 세븐&아이홀딩스는 이온그룹보다 앞서 이미 7년 전에 세븐은행을 설립해 은행업에 뛰어들었다.

세븐은행은 세븐일레븐 점포 등에 현금입출금기(ATM)를 설치해 놓고 이용건수에 비례해 해당 금융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독특한 비즈니스모델이다. 현재 설치된 ATM은 모두 1만2600대에 이르고 제휴 금융기관도 550곳이 넘는다.

설립 초기만 해도 금융계에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세븐은행의 경상이익은 2003회계연도(2003년 4월∼2004년 3월)에 흑자로 돌아선 뒤 2004년 100억 엔, 2005년 194억 엔, 2006년 250억 엔 등으로 수직 상승하고 있다. 연간 이용 건수도 5억 건을 넘어선 상태.

세븐은행은 ATM 사업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9일 도쿄에 6번째 창구를 개설하는 등 유인점포사업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세계적인 전자업체 소니가 2001년 4월 설립한 소니은행은 지난달 초 100% 지분을 출자해 소니뱅크증권을 설립했다. 이로써 소니 금융부문의 지주회사인 소니파이낸스홀딩스는 은행 증권 보험 등 3대 금융부문에 걸쳐 자회사를 거느리게 됐다. 또한 소니그룹은 지난달 11일 소니파이낸스홀딩스를 도쿄증권시장에 상장시켜 3180억 엔(약 2조5000억 원)의 여유자금을 손에 넣었다.

소니는 이 자금을 차세대TV 사업 등에 집중 투입해 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한 계단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금융부문이 그룹 전체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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