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번엔 카드 폭탄?… 제2 모기지 위기 오나

  • 입력 2007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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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신용카드 부채가 크게 늘어 ‘제2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 경제전문 잡지 포천 최근호(10월 30일자)는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가 9150억 달러(약 824조 원)로 크게 늘어 모기지 사태처럼 폭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돼 올해 본격화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부채 규모도 이번 신용카드 부채와 비슷한 약 9000억 달러 규모였다.

미국 은행들은 소비자가 사용한 카드 대금을 재무제표상 ‘자산’으로 표시하고 이 자산을 기초로 채권을 발행하며 이어 ‘대출 채권’을 활용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유동화해 왔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카드를 사용한 후 카드 대금을 제때 갚지 않으면 신용카드 업체 및 신용카드 계정과 연계한 증권회사들도 줄줄이 타격을 입게 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들이 빚을 갚지 못해 은행 및 해당 은행이 발행한 각종 파생금융상품이 타격을 받은 것과 같다.

다만 이번에는 소비자들이 ‘주택담보 대출’이 아니라 ‘신용카드 대금’이라는 빚을 갚지 않는 것만 다를 뿐이다.

소비자들이 ‘카드 대금 못 내겠다’며 ‘상환 불이행 상태’를 선언해 연계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 이를 보유한 헤지펀드나 연기금 등 기관 투자가들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포천은 신용카드 부채 급증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씨티그룹,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캐피털 원, 워싱턴 뮤추얼 등을 들었다.

포천의 이런 우려는 이들 은행이 2001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잇달아 내놓은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씨티그룹은 3분기(7∼9월)에 신용카드 연체로 22억4000만 달러를 손실 처리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카드 연체를 우려해 준비금을 44% 늘렸다. 캐피털 원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 그리고 워싱턴 뮤추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도 카드 분야의 상황 악화를 대비해 평소보다 20% 이상 준비금을 늘렸다.

다만 신용카드 부채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이 한순간에 폭발하지는 않아 모기지와 같은 위기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도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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