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변 리커창, 경청 시진핑

  • 입력 2007년 10월 17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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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산당 대회 분조토론 대조적 모습 눈길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차 당 대회)’ 이틀째인 16일 취재기자들의 관심은 차세대 후계자로 떠오른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 성 당 서기와 시진핑(習近平) 상하이(上海) 시 당 서기에게 집중됐다.

이날 오전 두 지역 분조(分組) 토론이 열린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2층 랴오닝 홀과 상하이 홀은 모두 100∼150명의 내외신 기자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은 평소 두 서기의 성격만큼이나 크게 달랐다.

풍부한 지식에 언변이 뛰어난 리 서기는 예상대로 자신이 나서 토론회의 개막을 선언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답변하는 등 토론을 적극 주도했다.

그는 또 “지금도 학생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공부하지 않으면 업무를 창조적으로 할 수 없다”고 자기 자랑을 하기도 했다.

반면 시 서기는 한정(韓正) 상하이 시장에게 사회를 맡겼다. 8, 9명의 참석자가 2시간 동안 발언할 때 자료를 살펴보며 묵묵히 경청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기자 질문에 답하기보다 한 시장이 “이는 시 서기가 잘 안다”며 답변을 요청한 뒤에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과학발전관’과 관련한 상하이 시의 성과와 미래 계획을 설명했다.

토론에서 발언한 사람의 신분 및 계층도 두 지역이 크게 달랐다.

랴오닝 성에선 장원웨(張文岳) 성장과 장청인(張成寅) 다롄(大連) 시 서기 등 고위 간부 위주로 발언이 이어졌다. 하지만 상하이 시에선 훙커우(虹口) 구 기층 조직의 당 간부와 푸단(復旦)대 학생까지 발언에 나섰다.

베이징대 시절부터 학생대표를 지내고 14년 전에 이미 부장급(장관급) 자리인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제1서기로 선출되는 등 일찍이 리더십을 보여 온 리 서기와 항상 남의 의견을 먼저 경청하고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지 않는 시 서기의 평소 성격이 토론장에서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하지만 후계구도와 관련한 질문에서는 두 사람 모두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들은 이번에 상무위원에 진입한 뒤 후계자 자리를 놓고 5년간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리 서기는 후 주석과 같은 공청단 계열인 반면 시 서기는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 계열의 태자당(太子黨·고위직 자제) 출신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두 서기의 경쟁을 후 주석과 쩡 부주석의 대리전으로 보기도 한다.

한편 상하이 시 분조 토론엔 후마오위안(胡茂元) 상하이자동차그룹 이사장이 참석해 회사 현황과 업계 전망을 설명하는 등 17대 당 대회에서는 기업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16대에 7명이었던 민영기업 대표는 이번엔 20명으로 3배가량 늘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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