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1人체제 구축 실패한 듯”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10월 16일 02시 59분



“개혁-개방 겸비한 중국식 사회주의” 강조

홍콩언론 “리커창만 상무위원… 당 장악못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가 15일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차 당 대회)’에서 ‘정치보고’를 통해 밝힌 미래 5년의 청사진은 개혁개방의 큰 틀 속에서 과거와 다른 ‘과학적 발전’을 추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후 주석은 이를 위해 자신의 이데올로기인 ‘과학 발전관’을 하나의 이론체계로 만들어 당의 지도이념으로 올리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후 주석은 과거의 지도자처럼 1인 독주 체제를 구축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 후 주석 보고 낭독…박수 44번 터져

이날 당 대회가 열린 인민대회당엔 2237명의 당 대표와 460여 명의 민주당파 및 각 단체 인사, 2000여 명의 취재진이 참가했다.

후 주석은 당 총서기 자격으로 오전 9시부터 11시 20분까지 2시간 20분간 1년 가까이 치밀하게 준비해 온 정치보고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낭독했다.

그의 목소리가 올라갈 때마다 대회장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가 64쪽 2만8000자의 보고서를 낭독하는 동안 무려 44번의 박수가 쏟아졌다. 올해 3월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가 2시간 10분간 업무 보고를 할 때는 35번의 박수가 터졌다.

이날 주석단 맨 앞줄엔 후 주석 등 4세대 지도부와 함께 장쩌민(江澤民) 전 총서기, 리펑(李鵬)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위원장, 주룽지(朱鎔基) 전 국무원 총리 등 3세대 지도부가 나란히 앉았다.

○ 과학 발전관과 중국 특색 사회주의


후 주석의 정치보고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자신이 제기한 ‘과학 발전관’을 하나의 이념체계로 만들어 중국 공산당이 현 단계에서 반드시 걸어야 할 노선으로 확립한 것이다.

후 주석은 최근 “지도부가 바뀔 때마다 이론을 첨가할 셈이냐”라는 비판이 원로 그룹과 일부 학자 사이에서 제기된 것을 의식한 듯 ‘과학 발전관’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론, 장쩌민의 3개 대표론과 함께 묶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 주석은 조화 사회와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학 발전관’을 철저히 관철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다른 하나는 개혁개방과 함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을 반드시 고수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점이다.

후 주석이 이날 개혁개방과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을 강조한 것은 최근 빈부 격차로 사회 불만이 고조되면서 개혁개방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일부 학자는 사회민주주의와 서구식 민주주의를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계획경제 시대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등 사상적 혼란이 야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 장쩌민-쩡칭훙 계열 3명 상무위원에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후 주석이 중국 정치권력의 심장부인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확고하게 장악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전체 4, 5명으로 추정되는 상무위원 빈 자리 가운데 후 주석의 ‘퇀파이(團派·중국 공산주의청년단 계열)’는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 성 당서기 한 사람만이 상무위원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

반면 장쩌민 전 주석 계열인 시진핑(習近平) 상하이(上海) 시 당서기와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의 측근인 허궈창(賀國强) 공산당 조직부장과 저우융캉(周永康) 공안부장이 상무위원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후진타오 당 총서기 보고 주요 내용
항목주요 내용
과학발전관 및 조화사회 관철과학발전관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론, 장쩌민의 3개 대표론과 함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발전을 위한 중대 전략 사상이자 과학적 이론. 조화사회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본질로 과학적 발전 없이는 조화사회 달성 불가.
샤오캉(小康)사회 건설2020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2000년의 4배로 올려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건설. 2020년엔 기본 공업화 완성, 종합 국력 및 국내 시장 세계 선두권 진입.
경제 발전 양식 유하오유콰이(又好又快)로혁신 국가 건설. 지속 가능한 발전 위해 성장 방식 전환. 도농 격차 해소. 에너지 절약, 환경 보호형 성장 추구. 개혁개방 더욱 강화. 재정 세금 금융제도 개혁.
정치 개혁인민민주는 사회주의의 생명, 사회주의 민주정치는 공산당의 목표. 도농의 인민대표 인구 비례로 선출. 기층 민주 강화. 기층 인민의 권리 보장. 법치주의 확립. 행정 개혁으로 봉사 행정 구현.
대만 관계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에 따라 평화통일 실현. 대만 독립 절대 불용.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 아래서 적대관계 해소, 평화협정 체결 제의.
평화 발전패권주의 절대 반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을 선언. 주변국과 선린 관계 유지 천명.
군 현대화샤오캉 사회의 건설과 함께 부국강병을 추진. 군대의 혁명화, 현대화, 정규화 동시 추진. 국가 발전의 새로운 요구에 따라 군사이론 군사기술 군사조직 군사관리 혁신.


▼이원실 지린성 대표 “200만 조선족 발전에 당대회 큰 도움 될 것”▼


“이번 당 대회는 200만 조선족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5일 오전 8시 반경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앞에서 만난 이원실(李元實·45·사진) 옌지(延吉) 시 담배공장 공장장 조리 겸 기술센터 주임은 17차 당 대회에 임하는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낙후 지역을 먼저 돌아보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과학발전관’에 따라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에도 혜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 씨는 직원이 3000명이 넘는 담배공장의 기술센터 책임자. 동북3성에서 가장 잘 팔리는 ‘창바이산(長白山)’ 담배를 개발하는 등 ‘독하기만 하다’고 알려진 중국 담배의 품질을 높여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정상화한 주인공이다. 지난해 이 회사가 낸 세금은 옌볜자치주 세수의 3분의 1에 이르렀다.

36명의 다른 지린(吉林) 성 대표와 함께 온 이 씨는 “정치보고가 끝나면 바로 오늘 오후부터 20일까지 현재 묵고 있는 호텔 회의실에서 소조(小組) 토론이 이어진다”며 “21일 전체가 인민대회당에 다시 모일 것”이라고 일정을 소개했다.

그는 후 주석의 정치보고가 끝난 뒤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다는 느낌에 가슴이 뛴다”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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