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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29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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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NBC 뉴스는 21일 중동 산유국들이 뉴욕 맨해튼 고급 아파트부터 회사에 이르기까지 미국 내 자산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치 1980년대 일본 자본이 미국 내 자산을 싹쓸이할 때 미국이 경계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국제 유가에 힘입어 중동 산유국들이 세계 인수합병(M&A)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유국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산은 미국 자산이다. 올해 들어 미국에서만 232억 달러에 이르는 M&A를 성사시켰다.
특히 두바이증권거래소가 20일 미국 나스닥 지분 20%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미국 언론은 물론 정치권까지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뉴욕증권거래소와 함께 미국의 양대 증권거래소인 나스닥은 기술주 위주의 주식을 거래하는 미국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두바이증권거래소는 미국 내에서 이에 대한 역풍이 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의회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두바이항만공사가 미국 내 항만 운영권을 확보하려고 했을 때 무산시킨 적도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증권거래소는 이번 발표를 앞두고 워싱턴 로비회사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 행정부와 의회에 계약 내용을 미리 통보하기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두바이의 나스닥 지분 인수에 대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행정부가 (지분 매각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할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중동 자본인 아부다비 투자청도 20일 미국 굴지의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의 지분 7.5%를 13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뿐만 아니다. 두바이 자본은 뉴욕의 명물인 백화점 바니스와 세계적인 카지노업체인 MGM미라지 지분 9.5%를 매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플라스틱 사업부를 116억 달러에 매입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해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 총액은 83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산유국 정부가 관리하는 국부 펀드의 덩치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중동 국가의 해외자산 매입 열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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