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선 대졸 →고졸 학력깎기 골머리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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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무원들의 학력 위조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요코하마(橫濱) 시는 직원들에게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700명이 채용 당시 학력을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발표했다.

시는 이들이 자진신고에 응한 만큼 정직 1개월의 경징계 처분을 내릴 방침을 세웠다.

일본에서도 지방의회 출마자 등이 중졸이나 고졸 학력을 대졸이라고 ‘상향(上向) 사칭’해 문제가 되는 일이 간혹 있다. 그러나 요코하마 시 공무원들의 경우는 4년제 대학이나 2년제 단기대학을 졸업하고도 고졸이라고 속인 이른바 ‘하향(下向) 사칭’이어서 이채롭다.

당초 문제가 처음 불거진 곳은 효고(兵庫) 현 고베(神戶) 시였다. 고베 시는 지난해 11월 급식조리사 등 13명이 대졸 학력을 고졸이라고 속여 채용시험을 통과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어 같은 현 다카라즈카(寶塚) 시, 후쿠오카(福岡) 현 구루메(久留米) 시와 오무타(大牟田) 시, 홋카이도(北海道) 등에서 비슷한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이 문제는 전국적인 현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오사카(大阪) 시는 4월 무려 1141명에 이르는 소속 공무원이 대졸 학력을 고졸로 속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해 큰 파문을 던졌다.

일본 언론은 이 같은 문제가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 붕괴와 함께 닥친 극심한 청년실업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대졸자들이 비교적 취업문이 넓은 하급 기능직공무원 시험에 대거 몰려들었고 이로 인해 고졸자들이 갈 곳이 없어지자 일본 정부가 ‘대졸자 응시 제한’이라는 비상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던 것.

결국 청년들은 평생 실업자로 살아야 할지 모르는 ‘가혹한’ 운명에서 탈출하기 위해 학력을 대졸에서 고졸로 낮춰야 했다.

학력을 위조한 공무원이 많다 보니 징계 처분을 내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오사카 시의 경우 청소, 쓰레기 수거, 학교 급식, 도로와 상하수도 관리 같은 지방행정이 마비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정직 시기를 분산하고 징계를 받은 직원들에게 자원봉사를 시키는 등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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