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기적은 없었다…캄보디아 여객기참사 22명 모두 사망

추락 사흘 만에 동체 발견
27일 캄보디아 보코르 산 기슭의 여객기 추락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 활동을 펴고 있다. 사고 당시 충격으로 여객기 동체가 심하게 구겨졌고 여기저기 구멍이 났다. 한국인 13명을 포함한 탑승객 22명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캄포트=박영대 기자

주인 잃은 여권들
캄보디아 수색대원들이 27일 사고기 내 시신을 수습하다 발견한 대한민국 여권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캄포트=연합뉴스

한국인 관광객 13명을 태운 채 실종됐던 캄보디아 여객기가 산산조각 난 채로 사고 사흘째인 27일 오전 발견됐다. 탑승자 22명은 전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공개된 사고 여객기와 관제탑의 마지막 교신에 따르면 사고 직전 시아누크빌 공항 관제탑이 “고도가 너무 낮다”고 경고했으나 조종사가 이를 무시한 것으로 확인돼 사고 원인이 조종사의 과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사고 원인을 밝혀 줄 블랙박스(비행기록장치)가 현장에서 회수돼 데이터 판독 작업에 들어갔다.

사고 여객기는 27일 오전 7시 15분(한국 시간 오전 9시 15분) 시아누크빌에서 동북쪽으로 50km 떨어진 보코르 산 정상 부근 동북쪽 푸미타포우 지역 밀림에서 발견됐다.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생존자는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음을 공식 확인했다.

탑승자 시신 22구 가운데 1구는 기체 밖으로 튕겨 나갔고 21구는 기내에서 발견됐다. 비행기는 추락하면서 주날개가 밀림의 나무에 찢겨 나갔으며 앞쪽으로 내리꽂히듯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폭발 흔적은 없었으며 여권 등 유류품도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악천후 속에서 수색작업을 펼쳤던 캄보디아 수색팀과 한국 의료진은 추락 현장에서 비행기 잔해를 걷어 내며 시신 수습에 총력을 쏟았다. 캄보디아 경찰은 이날 오후 헬기를 이용해 시신을 수도 프놈펜의 포첸통 공군기지를 거쳐 병원으로 모두 옮겼다.

시신 안치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현지에 파견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들은 신원 확인 작업을 할 예정이다. 시신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여서 신원 확인 작업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으며 유족들도 조만간 병원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김봉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장은 “시신을 특별기로 신속히 한국에 운구할 계획이며 유가족과 구체적인 장례 절차를 협의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투어 측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28일 국립병원 인근 메콩 강가에서 위령제를 지낼 계획이다. 또 희생자의 시신과 유가족은 29일 오후 11시 20분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프놈펜을 출발해 30일 오전 6시 45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깊은 애도를 표하고 그 가족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프놈펜=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