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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30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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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 시 쓰촨대의 한 강의실. 오후 6시 30분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30여 석의 강의실은 초급 한국어 수업을 듣는 중국인들로 가득 찼다. 수강생 중에는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 중학생도 있었다. 옆 강의실에서는 중급, 고급반 한국어 수업이 진행됐다.
한국 유학생들이 이 대학에 ‘한국어학당’을 만들어 한국어 수업을 시작한 것은 2000년. 수강생들이 조금씩 늘기 시작하더니 2년 전부터 100명을 넘었다. 이번 학기에는 수강 신청 사흘 만에 정원 250명을 넘어서면서 접수를 마감해야 했다. 학교 측에선 강의실 8개를 무료로 내줬고 한국어를 교양과목으로 신설했다.
한국어학당 ‘당주’ 백승수(28) 씨는 “접수를 마감한 이후에도 문의 전화가 하루에 10여 통씩 걸려 온다”고 전했다. 수업 중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를 묻자 여기저기서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싶다” “유학 가고 싶다” “한국 드라마가 무척 좋다”는 등의 대답이 쏟아졌다.
이 대학 한국유학생회 김관중(28) 회장은 “한류(韓流)와 함께 한국어를 배우려는 중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유학생, 선교사를 포함해 한국인이 900명 정도 되는 청두 시에 중국인이 운영하는 사설 한국어 학원도 3개 정도 생겨났다”고 전했다.
한류를 타고 시작된 중국 내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중국을 흔들고 있다. 한국 드라마나 가수를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우던 차원을 넘어 취업을 위해 배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청두 시에서 만난 고등학생 장청리(17) 양은 “과거에는 취업을 위해 영어 일본어를 주로 배웠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중국 내 4년제 대학 중 한국어과가 정식 개설된 곳만 해도 60여 곳으로 학생 수는 5000명을 훨씬 웃돌았다. 여기에 전문대학, 일반 학원까지 합치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쉽게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중국 내 대학에서 한국어는 영어를 빼면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제치고 일본어와 비슷한 제2외국어로 자리잡고 있다. 각 대학 한국어 강좌에는 학생들이 넘쳐난다.
베이징(北京) 런민(人民)대가 지난해 9월 정원 30명의 무료 한국어반을 열자 400여 명이 몰려 시험을 쳐서 수강생을 뽑았다. 중국 서부 오지 간쑤(甘肅) 성 성도 란저우(蘭州).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칭하이(靑海) 성,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쓰촨 성 등에도 한국어 학원이 성업 중이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오는 유학생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 내 외국 유학생은 3만여 명. 이 중 60%가 넘는 2만여 명이 중국 유학생이다. 미국에 이어 2위다.
이 같은 오프라인에서의 한국어 배우기 열풍은 온라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바이두(百度)를 비롯한 중국의 포털사이트에는 한국 드라마·연예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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