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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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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변을 봐도 집에선 부모에게서 한국의 전통적 미덕과 가치관을 배우고 밖에서는 개방적이고 사리가 분명한 장점을 흡수하며 자란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승희 사건요? 총기의 접근성에 따라 피해 규모는 다르겠지만 어느 사회에서나 생길 수 있는 사회병리학적 사건 아닐까요. 그가 이민 1.5세대라는 사실과는 관련이 없다고 봅니다.”
박 변호사뿐만 아니라 미국의 한인들은 한국 내 일각에서 조승희의 범죄를 이민 1.5세대의 부적응 문제로 바라보려고 하는 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11세 때 이민 온 다니엘 박(24·뉴욕시립대 법과대학원 재학·뉴욕 거주) 씨는 “처음에 영어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됐고 이민자여서 겪은 어려움보다는 긍정적 측면이 더 컸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대다수가 백인이었어요. 애들이 처음엔 내 앞에 와서 리샤오룽 흉내를 내고 장난을 치기도 했어요. 하지만 곧 다 친한 친구가 됐지요. 한인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어도 열심히 공부해 지금은 인터넷으로 동아일보도 아무 문제 없이 잘 읽어요. 어느 세대나 어려움이 있지만 노력하면 다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민 온 신동준 박사는 “누구나 한 번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지만 결국은 다들 잘 극복해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박사는 “새로운 환경에 놓임으로써 더 어려움을 겪을지 몰라도 도전을 통해 성공 잠재력을 키울 가능성은 더 높다”며 “양면이 있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실 많은 이민 1.5세대가 느끼는 장벽은 한국 사회의 폐쇄성이라는 의견이 많다.
박 변호사는 “많은 1.5세대가 한국과 미국을 이어 주는 교량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데 여전히 공채 몇 기냐, 어디 출신이냐를 따지는 한국 풍토에 스며들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승희 사건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에 대해서도 1.5세대는 생각이 조금 다른 것 같다.
10세 때 이민 온 마리사 위(43·여·약사·뉴저지 주 거주) 씨는 “조승희는 우연히 한국인이었을 뿐 한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주미 대사가 참회의 금식기도를 제안했다는 뉴스를 보고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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