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는 왜 콜럼바인 사건을 언급했나

  • 입력 2007년 4월 19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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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의 범인 조승희 씨가 NBC방송에 보낸 기록물들에서 8년 전의 콜럼바인 고교 총기사건을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NBC 등 미국 언론들은 조승희가 각종 종교적, 사회적 어휘들을 동원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했다는 해석이 일반적인 만큼 콜럼바인 사건을 언급한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었을 것이라고 19일 풀이했다.

NBC가 공개한 조승희의 메시지에는 '에릭과 딜런 같은 순교자들(martyrs like Eric and Dylan)' 이라는 대목이 있는데 '에릭과 딜런'은 바로 콜럼바인 사건 범인들의 이름이다.

버지니아 사건이 발생한 16일은 콜럼바인 사건 발생일 20일과 나흘 차이고 언론에서 약 한달 전부터 콜럼바인 사건과 관련된 언급이 나왔던 만큼 조승희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과정에서 무차별 총기난사라는 극단적 상황이 발생했던 콜럼바인 사건을 떠올렸을 것이라는 게 미국 언론들의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조승희가 콜럼바인 사건의 범인들을 언급할 때 '순교자'라는 단어를 쓴 점과 '예수 그리스도처럼 죽는다'고 주장한 점을 들며 조승희가 자신을 콜럼바인 범인들과 동일시하거나 콜럼바인 범인들을 우상화하려는 게 아니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콜로라도대학 부설 폭력 예방 및 연구센터의 빌 우드워드 소장은 덴버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콜럼바인 사건과 분명 유사점이 있다"며 사견을 전제로 모방 범죄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승희가 일관된 논리를 전개하기보다는 맹목적인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여러 상징들을 동원했고 그 과정에서 콜럼바인 사건이 언급됐을 뿐이며 버지니아 사건 발생일과 콜럼비아 사건 발생일 사이의 시간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조승희가 직접적으로 콜럼바인 사건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조승희가 NBC에 보낸 소포 내용물만으로는 그가 콜럼바인 사건을 모방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이번 버지니아 총격사건의 전모가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콜럼바인 사건을 떠올렸고 이번 사건을 언급할 때는 종종 '콜럼바인 사건을 능가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우드워드 소장은 두 번의 사건 모두에서 범인들이 폭력적인 어휘를 동원해 사전에 '신호'를 보냈다는 점, 사건 발생 이전에 기록물을 남겨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점 등을 유사점으로 지목했다.

평소에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고 조용하게 생활했다는 점은 콜럼바인 사건의 범인들과 조승희의 가장 큰 공통점이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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