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총기난사 범인은 한국계 학생"

  • 입력 2007년 4월 17일 22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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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 범인으로 밝혀진 조승휘씨. 사진 CNN
총기난사 범인으로 밝혀진 조승휘씨. 사진 CNN
16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 블랙스버그 시 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 캠퍼스에서 발생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는 이 대학에 재학중인 한국인 조승휘(23·Seung-Hui Cho) 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수사당국은 이날 오전 9시30분(미국 현지시간) 버지니아 테크 기자회견장에서 이같이 범인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은 한 관리의 말을 인용해 사건 용의자가 한국계며 부모가 페어팩스 카운티에 살고 있다고 보도했고 한국경찰청 관계자도 "공식확인은 할 수없지만 현재까지 인터폴(국제형사기구)을 통해 종합된 정보에 따르면 한국계임이 유력하다"고 확인했다.

앞서 버지니아공대의 찰스 스티거 버지니아 공대 총장은 "33명의 사망자(자살한 범인 한 명 포함)와 29명의 부상자를 낳은 노리스 홀 강의실에서의 총격 사건의 범인은 우리 대학에 다니는 아시아계 남학생"이라고 밝혔다.

총격범의 신원이 한국계 이민인 것으로 최종적으로 밝혀지자 교민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미국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 악화는 물론 교민들에 대한 적대적 행위가 발생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기숙사와 강의실에서 두 차례 벌어진 총기 난사로 한국 유학생인 토목공학과 석사과정 1학기 박창민(28·한양대 졸업)씨가 강의실에서 부상을 입고 인근 몽고메리 지방병원에 입원했다. 박 씨는 "오전 9시 45분경 응용 수리학(水理學) 강의가 한창인데 갑자기 괴한이 들이닥치더니 탄창을 바꿔 가며 마구 총을 쐈다"고 회상했다.

뒷자리의 박 씨는 바닥에 엎드렸지만 총알 한 방이 오른팔과 가슴 아랫부분을 스쳐 지나갔다. 움직이는 사람이 없자 괴한은 독일어 수업이 진행 중인 옆 강의실로 옮겨갔다.

행정대학원 2학년 라이언 피셔 씨는 독일어 강의실에서 중상을 입은 친구의 증언을 본보 기자에게 전해 줬다.

"옆방 총소리에 놀라 강의실 문을 잠그려 하는데 검은 가죽재킷을 입고 야구 모자, 마스크를 쓴 남자가 들이닥쳤다. 1.5m가량 들어선 그는 교수를 쏘고 이어 학생들을 겨냥해 총질을 시작했다. 한 1~2분 총질을 한 뒤 강의실 밖으로 나가더니 옆방에서 다시 총소리가 났다. 그리곤 몇 분 후 우리 강의실로 돌아와 다시 총질을 했다."

생존자들의 증언과 경찰 발표에 따르면 범인은 아예 건물 출입문을 안에서 쇠사슬로 걸어 잠근 뒤 두 강의실을 오가며 확인사살을 계속했다. 심지어 학생들을 벽에 줄지어 세운 뒤 총살형을 집행하듯 한 명씩 쓰러뜨렸다고 생존자들은 전했다.

이에 앞서 오전 7시 15분경 기숙사에서는 범인이 각 방을 뒤지며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았고, 여자친구와 다투던 끝에 여자친구와 조정에 나선 상급생 등 2명을 쏴 숨지게 했다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기숙사와 강의실의 총격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인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건 후 미국사회는 9·11테러에 이어 다시 찾아온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한 학살'의 충격에 빠져들었다.

저명한 헌법학자인 조지타운대 법대 피터 버니 교수는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차별 총기 폭력에도 불구하고 총기 소유를 허용하는 헌법이 개정될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기현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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