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에게 빠졌는데 당신은 얼간이들과…”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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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료) 10센트에 모두의 마음을 그렇게 아프게 녹여버릴 셈이오? 당신은 5센트만으로 나의 가슴을 무너뜨릴 수 있어요. 내 기꺼이 5센트를 내겠소.’

‘노인과 바다’를 쓴 미국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50년 유명 여배우였던 마를레네 디트리히에게 쓴 편지의 일부 내용이다. 연인관계임을 짐작게 하는 이런 편지의 내용은 디트리히의 딸 마리아 리바 씨가 최근 ABC방송에 단독 공개한 것.

대부분 타자기로 친 30통의 편지는 1949년부터 1959년까지 10년간 디트리히에게 전달된 편지의 일부로 4년 전 보스턴의 존 F 케네디 도서관과 박물관에 기증됐으나 편지 내용은 2007년 3월 공개한다는 조건에 따라 비밀에 부쳐왔다.

헤밍웨이는 편지에서 ‘우리는 서로 외로운 사람들이고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했고, 디트리히가 배우 율 브리너와의 불륜문제를 고민하자 ‘나도 7년간 일부일처제를 지킬 계획을 세웠는데 실패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4번째 부인과 결혼한 상태였다.

그는 또 ‘나는 정신없이 당신과 사랑에 빠져 있는데 당신은 항상 다른 얼간이들과 연애를 하고 있다’며 질투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디트리히도 52년 그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을 껴안고 영원히 키스하고 싶어요. 더는 사랑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사랑해요’라고 적었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나눈 편지는 우울증에 시달리던 헤밍웨이가 61세에 자살하기 몇 달 전 디트리히가 보낸 걱정스러운 문안편지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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