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앵커 출신 노나카 산요전기 회장 21개월만에 물러나

  • 입력 2007년 3월 21일 03시 00분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일본판 칼리 피오리나’로 주목받던 산요(三洋)전기 노나카 도모요(52·사진) 회장이 취임 1년 9개월 만에 전격 사임했다.

노나카 씨는 19일 오전 산요전기의 특별 이사회에서 최근 문제가 된 회계 스캔들을 조사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해 조사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다른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되자 사표를 제출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노나카 씨는 20여 년간 NHK 등에서 뉴스앵커로 활동한 방송인 출신. 2005년 6월 이 회사 창업자인 이우에 사토시(井植敏·75) 전 회장이 거액 적자의 책임을 지고 퇴임하면서 그를 후임으로 지명해 일약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등극했다.

일본인들은 그를 1999년 HP의 여성 CEO로 등극한 칼리 피오리나와 비교하기도 했지만 2005년 이사회에 의해 ‘사실상 축출’된 피오리나와 마찬가지로 노나카 씨 역시 우울한 퇴장의 길을 걷게 됐다.

회사 측은 노나카 씨 사임 이유를 ‘일신상의 이유’라 밝히고 있으나 일본 언론은 그 배경에 창업자 집안과 그들의 영향력 배제를 노린 금융기관의 격한 대립이 있었다고 분석한다.

경영 부진에 빠진 산요전기는 2006년 3월 미국 골드만삭스 등 3개 금융기관을 인수자로 해 3000억 엔의 증자를 받았다. 이들 금융기관에서 산요전기에 파견된 이사는 전체 9명 중 5명. 이들은 경영 실적도 없이 창업자의 지명만으로 CEO로 취임한 노나카 씨에 대해 애초부터 회의적이었다.

노나카 씨 취임 당시 창업자의 장남 이우에 도시마사(井植敏雅·44) 씨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래서 세간에는 이 ‘깜짝 인사’가 세습 인사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연출’이며 대외 이미지를 노린 인사라는 수군거림도 적지 않았다.

노나카 씨는 재임 중 이런 평가를 불식시키지 못한 듯하다. 지명도를 살려 신제품 발표나 강연에 발 벗고 나섰지만 지난해와 올해에 휴대전화 배터리, 세탁건조기의 대규모 리콜이 발생하는 등 경영의 주름살은 늘어만 갔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인회계사인 남편이 경영하는 컨설팅 회사와 수억 엔 규모의 컨설턴트 계약을 하는 등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비난을 샀다. 지난해 11월에는 회사가 부담하는 인도 출장에 남편과 동행한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사내외의 역풍이 거센 가운데 나온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에 산요 간부들 사이에서는 “그만둘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빈정거림까지 나온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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